국고채 10년 만기 금리가 7년반만에 연 3%를 돌파하는 등 장단기 시장금리가 일제히 급등(국채가격 급락)했다. 미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한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할 가능성과 국내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대한 부담이 겹친 것으로 풀이된다.
25일 서울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0.16%포인트 튀어오른 3.031%를 기록해 2014년 9월19일(3.027%) 이후 처음 3%대에 올라섰다. 3년물 금리는 0.242%포인트 폭등한 2.747%로 마감해 2014년 6월12일(2.789%) 이후 7년9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회사채(AA-) 3년물 금리는 3.3%를 넘어섰고 투자적격 마지막 단계인 BBB- 금리(9.217%)는 9%를 돌파하는 등 이른바 ‘긴축 발작’을 일으켰다.
이같은 국내 시장금리의 급등은 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빠르고 강한 긴축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에 미 국채금리가 급등한 영향이 컸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 등 연준 인사들은 최근 빅스텝 인상 가능성에 힘을 싣고 있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5~6월 통화정책회의에서 연달아 금리를 0.5%포인트씩 올릴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하다. 심지어 씨티그룹은 4차례 연속 빅스텝 인상이나 한번에 0.75%포인트 인상까지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미 국채 2년물 금리(2.3%)와 10년물 금리(2.48%)는 모두 2019년 5월 이후 고점을 경신했다.
연준의 공세적 긴축으로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도 높아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우리나라도 소비자물가가 5개월 연속 3%대로 상승하는 등 물가 추이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임재균 케이비(KB)증권 연구원은 “국내 물가 우려가 지속되고 5월에 연준이 0.5%포인트를 올린다면 한은의 금리 인상 시기가 앞당겨지고 인상 횟수도 상향 조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기에 국내 추경 편성 추진에 따른 장기채 수급 우려도 금리를 자극하고 있다. 50조원 규모의 추경 편성을 공약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쪽은 세출 구조조정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결국 적자국채 발행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추경 재원 마련을 위해 대규모 국채가 시장에 풀릴 경우 국채 가격 하락과 국채 금리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