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서울의 한 은행 앞에 부동산 자금 대출 관련 현수막이 불어 있다. 연합뉴스
새 정부가 내집마련을 위한 대출 문턱을 낮출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국민의힘에서 현재 강력한 대출 억제 수단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디에스아르) 규제도 함께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윤석열 당선자의 주요 공약인 담보인정비율(LTV) 완화 정책이 효과를 내려면 디에스아르 제한도 함께 풀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13일 국민의힘 쪽 설명을 들어보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대출규제 완화 방안의 하나로 디에스아르 조정 문제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석열 당선자 캠프에서 경제정책본부장을 맡았던 윤창현 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인수위 차원에서 디에스아르 완화 방안을 얘기하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그동안 정부가 부동산 가격 잡는 것에 너무 집중해 규제를 무리하게 했다”며 “디에스아르 규제 적용 대상을 축소하든지 해서 경기가 회복될 때까지 자금융통을 쉽게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대선 공약집을 보면 윤석열 당선자는 생애최초주택구매 가구에 적용하는 담보인정비율(LTV)을 현행 최대 70%에서 80%로 올리겠다고 약속했다. 6억 원짜리 주택을 살 때 집값의 80%인 4억8천만원까지 대출을 허용한다는 뜻이다. 첫 주택구매가 아닌 무주택자나 보유주택 처분을 전제로 한 1주택자에겐 현재 지역·집값에 따라 20~70%로 차등 적용 중인 담보인정비율을 70%로 통일해 실수요자의 주택구매수요를 충족시키겠다고 했다. 다만 다주택자는 보유주택 수에 따라 담보인정비율을 30~40% 수준으로 제한할 방침이다.
디에스아르는 대출자의 소득 수준에 맞게 대출한도를 제한하는 규제다. 담보인정비율을 올려 대출 가능한 금액이 늘어나더라도 소득이 낮으면 디에스아르 제한 때문에 대출을 더 받을 수 없다. 지난 1월부터 총 2억원이 넘는 대출에 디에스아르 40% 규제가 적용되고 있다. 총대출의 연간 원리금상환액이 연 소득의 40%를 넘으면 안 된다. 올해 7월부터는 총 1억원 초과 대출까지 디에스아르 40% 규제가 적용된다.
국민의힘은 최근 경제상황이 바뀌고 있어 디에스아르 규제를 완화할 여력이 있다고 본다. 디에스아르 규제 강화는 지난해 집값이 가파르게 상승하던 시점에 발표된 정책인데 현재는 부동산 가격이 안정되고 대출 증가세도 주춤하고 있어 디에스아르 완화 여건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실제 최근 금리상승에 자산투자 열기가 한풀 꺾이면서 은행 가계대출은 석달째 감소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실물경제 성장 속도에 비해 가계대출이 지나치게 빨리 늘어난 터라 디에스아르 완화는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영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가계대출 감소세가 추세적인 흐름인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며 “최근 은행이 대출을 풀려는 상황에서 디에스아르 규제완화도 같이 진행될 경우 정부 발표가 대출수요를 자극하는 ‘어나운스 이펙트’(발표 효과)가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