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은행이 금융당국의 권고로 경제 불확실성에 대비해 대손준비금 9천억원을 더 적립하기로 했다. 지난해 결산 기준 은행의 손실흡수능력은 2020년보다 1조8천억원 늘어난다.
금융감독원은 8일 “최근 코로나19 재확산, 우크라이나 사태 등 불확실한 경제상황에 대응해 국내은행에 대손준비금 추가적립을 권고했다”며 “은행들은 2021년 말 기준으로 총 8760억원의 대손준비금을 추가 적립할 예정이며 이사회 및 주주총회를 통해 최종 확정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대손충당금과 대손준비금을 합한 은행의 손실흡수능력은 지난해 말 기준 37조6천억원으로, 전년 대비 1조8천억원 늘어난다. 국내은행의 손실흡수능력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말 34조5천억원에서 2020년 말 35조8천억원으로 1조3천억원 늘었다. 지난해는 증가액(1조8천억원)이 더 커지게 됐다.
금감원은 올해 1월 은행 재무담당 부행장과 간담회를 열어 코로나19 확산 등 경제여건을 고려해 대손충당금을 늘리라고 요청했다. 이에 은행들은 2021년 결산 때 대손충당금 2400억원을 추가로 적립했다. 이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자 금감원은 은행의 손실흡수능력이 안심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보고 대손준비금 추가 적립을 요구했다. 코로나19 피해 자영업자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가 9월에 종료되면 숨어있는 부실 채권이 드러날 수 있어 미리 대비하는 차원에서도 손실 대응이 필요하다고 했다. 은행들은 금감원의 요청을 수용해 추가 대손준비금을 반영한 수정 재무제표를 조만간 확정할 계획이다.
대손충당금은 은행들이 대출채권 가운데 돌려받지 못해 손실이 날 것으로 예상하는 금액만큼 쌓아두는 돈이다. 국제회계기준에 따라 산출하며 비용으로 처리된다. 이와 별도로 금융당국은 은행업감독규정에 따른 대손충당금 적립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국제회계기준에 따른 대손충당금이 은행업감독규정에서 정한 기준에 모자랄 경우 차액만큼 대손준비금을 쌓아둬야 한다. 대손준비금은 이익잉여금의 한 부분으로 회계상 자본으로 분류되지만 ‘배당가능이익’을 산정하는 데는 빠진다.
금감원은 “앞으로도 은행에 대손준비금을 포함한 손실흡수능력을 확충하도록 유도하고 가계부분 경기대응완충자본 도입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경기대응완충자본은 경기호황 때 대출이 늘어나면 추가자본을 적립하도록 해 과도한 신용확대를 억제하고 경기가 나빠지면 적립된 자본을 풀어 신용공급을 원활하게 하는 제도다.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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