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열린 삼성전자 주총장. 한겨레 자료
올해 3월 상장사들의 정기주주총회는 스톡옵션 ‘먹튀’와 횡령 사건 발생 등으로 주주가치 훼손을 막기 위한 의결권 행사가 활발할 전망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과 ‘이사회 내 성별 다양성’ 이슈도 주총장을 달굴 것으로 보인다.
14일 의결권 자문사들의 올해 주총 전망 보고서를 보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라 안전보건에 대한 경영진과 이사회의 책임이 핵심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중대 산업재해가 발생한 시기에 재직한 이사의 재선임 안건에 대해 주주들의 반대 투표가 잇따를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한국이에스지(ESG)연구소는 “이번 주총에서 대표이사를 포함해 사내이사의 임기가 끝나는 포스코케미칼, 현대제철, 에이치디씨(HDC)현대산업개발, 현대차 등에서 산재 문제가 불거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건설, 중공업, 철강 등 산재 발생 가능성이 큰 업종에 속한 회사의 경우 총수 일가가 법적 처벌 위험을 피하기 위해 대표이사 사임 등을 통한 이사회 구성 변화를 꾀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오스템임플란트 직원의 횡령 사건을 계기로 횡령·배임은 물론 분식회계, 담합, 사익편취 등으로 인한 기업가치 훼손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국민연금이 수탁자책임활동 지침 개정안에 주주대표소송 활성화를 포함시키는 등 적극적인 주주활동을 펼치는 이유다. 다른 기관투자자들도 기업과의 대화와 주주제안 등에 나서고 있다. 의류업체 비와이씨(BYC)에 내부거래를 통한 사익편취 우려 해소 등을 요구하는 주주서한을 보낸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회사가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을 경우 회계장부 열람청구 등 주주관여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카카오페이 경영진이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행사로 받은 주식을 한꺼번에 매도해 주가가 급락하면서 스톡옵션에 적절한 행사요건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이에스지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정기주총에서 97개사가 스톡옵션 부여안건(111건)을 발의했는데, 모두 사전에 부여할 주식수와 행사가격이 결정된 ‘고정부’ 스톡옵션이었다. 이 가운데 일정기간이 지나면 행사가 가능한 ‘일시효력발생’ 조건이 84.7%(94건)에 이르렀다. 이를 임직원의 성과에 따라 행사가능 주식수와 행사가격, 효력발생 기간이 조정되는 ‘변동부’(성과연동형) 스톡옵션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주가 상승분에서 경영자의 능력과 관계없는 경기나 시장 요인을 제거해 행사요건을 설정했는지를 살펴보고 찬반 의사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들은 ‘이사 전원을 특정 성으로 구성할 수 없다’는 자본시장법 조항이 오는 8월5일부터 적용된다. 국제 의결권 자문사들은 한국시장 의결권 행사 지침에 이를 충족하지 못하는 기업의 경우 후보추천위원장의 재선임안에 반대할 것을 권고한다는 내용을 명시했다. 특히 세계 2위 자문사 글래스루이스는 이 지침을 지난 1월부터 적용해 이번 주총부터 반대 의결권이 행사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2021년 9월말 기준 적용대상 기업(167사)의 45%(75사)는 여성 이사가 없다. 이 가운데 법이 적용되는 8월까지 임기 만료 예정인 이사가 한명도 없는 기업은 만도, 아시아나항공, 현대중공업 등 10사에 이른다.
최대 이슈인 ‘쪼개기 상장’은 주총에서도 공방이 가열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주들의 반발이 거세자 물적분할을 공시한 포스코와 세아베스틸 등은 쪼갠 자회사를 상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달랬다. 이에 대해 안상희 한국이에스지연구소 센터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자회사를 비상장으로 유지하더라도 기존 주주가 통제권을 잃는 것은 마찬가지”라며 “모회사 주주권을 보호할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