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가계대출이 한국은행이 2004년부터 관련 통계를 작성 한 이후 처음으로 두달 연속 줄었다.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도 지난달 감소로 돌아섰다. 대출금리 상승 같은 금융환경의 구조적 변화와 1월 명절 상여금 지급이라는 일시적 요인이 겹쳤다. 다만 가계대출이 감소 추세로 접어든 것인지 판단하기 이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은행이 10일 발표한 ‘2022년 1월중 금융시장 동향’을 보면, 지난달 말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1060조2천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4천억원 줄었다. 지난해 12월 2천억원 줄어든 데 이어 두 달 연속 감소다.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 등 주택 관련 대출 잔액은 전월보다 2조2천억원 늘어난 781조원이었다. 증가 규모가 12월(2조원)보다는 다소 커졌다. 한은은 중도금·잔금대출 등 집단대출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세자금대출은 1조4천억원 늘어 전체 주택 관련 대출 증가액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은 컸으나 12월 증가액(1조8천억원)보다는 증가폭이 다소 줄었다.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은 한 달 새 2조6천억원 줄었다. 감소폭이 12월(2조2천억원) 보다 크고, 2009년 1월(3조2천억원) 다음으로 역대 두 번째로 크다. 황영웅 한국은행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차장은 “1월 가계대출 감소는 대출금리 상승과 대출규제도 일부 영향을 미쳤으나 명절 성과상여금 유입 같은 계절 요인이 상당히 작용했다”며 “은행이 올해 초 대출을 재개하고 대출수요도 상당한 만큼 이런 추세가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은행권을 포함한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도 전월보다 감소했다. 이날 금융위원회가 낸 ‘1월 가계대출 동향’ 자료를 보면,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전월보다 7천억원 감소했다. 주택 관련 대출은 2조9천억원 늘었지만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이 3조6천억원 줄었다. 은행 대출을 못받아 2금융권으로 발길을 돌리는 ‘풍선효과’ 우려도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금융위는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급증했던 가계부채 증가세가 지속해서 둔화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기업대출은 늘고 있다. 지난달 말 은행권 기업대출 잔액은 1079조원으로 한 달 전보다 13조3천억원 증가했다. 중소기업 대출(895조6천억원)이 9조2천억원 늘었다. 개인사업자 대출도 2조1천억원 늘었다. 금리상승기 기업대출 부실 우려와 관련해 황 차장은 “일부 업종의 업황이 개선돼 기업대출 증가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며 “부실위험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경기 회복세, 정부의 기업대출 관리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