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감독업무 가운데 가장 큰 역량을 쏟는 ‘종합검사’를 폐지한다. 검사를 받는 대형 금융회사들이 경영에 부담된다며 불만을 제기하자 정은보 금감원장이 이들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다. 감독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일부에선 나온다.
금감원은 27일 ‘금융시장의 공감과 신뢰 제고를 위한 검사·제재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현재 검사범위에 따라 구분된 ‘종합검사’와 ‘부문검사’를 없애고 검사주기에 따라 ‘정기검사’와 ‘수시검사’로 나눈다.
종합검사를 대체하는 정기검사는 일정 주기를 정해 실시하되 시장 영향력이 큰 금융회사는 검사주기를 짧게 운영한다. 시중은행은 2년, 자산규모가 큰 보험회사는 3년, 종합금융투자사업자는 4년 등으로 할 계획이다. 금융회사 업무전반 및 재산상황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는 종합검사와 달리 정기검사는 주기적인 경영실태평가와 상시모니터링 과정에서 선별된 핵심·취약 부분을 중심으로 검사 범위를 사전 설정해 진행된다. 수시검사는 금융사고·건전성 위험 등 특정 현안이 생기면 실시한다.
금감원의 검사 방식 변화는 1999년 출범 이후 대형 금융사고가 발생하거나 금감원 수장이 바뀔 때마다 수시로 바뀌어 왔다. 한 예로 노무현 정부 마지막 금감원장이었던 김용덕 전 원장은 ‘컨설팅형 검사’를 주창하며 금융회사의 검사 부담을 덜어주는 쪽에 무게를 실었으나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직후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금감원은 검사 고삐를 다시 죄었다. 이후 다시 느슨해진 검사는 저축은행의 연이은 부실 사태가 발생했던 2013년께 다시 강화됐다. 당시 최수현 원장은 “진돗개식 끝장검사”를 외치며 검사 완화의 물꼬를 되돌렸다. 이후 다시 완화된 검사 수준은 현 정부 들어서인 지난 2018년 윤석헌 원장이 취임한 뒤 재강화됐다.
검사 강도의 적절성은 일률적으로 답을 찾기 어렵다. 지나친 검사는 금융회사의 부담을 주고 갑질 논란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반면 과도한 검사 완화는 금융회사의 도덕적 해이는 물론 부실 예방에 실패할 수 있으며, 당국의 검사 역량 약화를 낳을 수 있다.
다만 종합검사의 완전 폐지는 부문 검사로는 파악하기 힘든 금융회사 내부 비리 등의 적발을 어렵게 한다는 평가는 있다. 한 예로 전날 금융위원회가 의결한 삼성생명 암보험 미지급 중징계도 금감원 종합검사에서 적발된 사안이었다. 한 전직 금감원 간부는 “대형 금융회사들이 회사 경영정보를 금감원에 공유하는 걸 싫어하지만 금감원이 정보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면 검사 기능 약화는 물론이고 사전 감독·예방도 제대로 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쪽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좀더 강한 편이다. 권호현 참여연대 금융경제센터 실행위원은 “금융회사가 내부통제를 제대로 하지 못해 라임·옵티머스 펀드 불완전판매 사태가 발생했는데도 금융감독당국이 금융회사의 검사부담을 줄일 경우 소비자보호를 제대로 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이찬우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검사기능 약화 우려에 대해 “기존 종합검사는 포괄적으로 봤지만 앞으로는 상시 감시를 통해 발견한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게 되므로 오히려 검사가 강화된다”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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