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서울외환시자에서 원-달러 환율이 나흘째 오르며 1196.9원으로 마감했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연합뉴스
원화 가치가 나흘 연속 약세를 보이며 달러당 1200원선이 위협받았다. 무역수지 악화와 달러 유동성 축소 우려가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5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2.8원 상승(원화가치 하락)한 1196.9원으로 마감했다. 지난해 10월12일(1198.8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날 환율은 장중 1199.7원까지 올라 1200원에 바짝 다가서기도 했다. 환율이 1200원을 넘은 건 2020년 7월24일(1201.5원)이 마지막이다.
환율 상승은 일차적으로 달러 강세 영향을 받았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긴축 발걸음이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으로 미 국채금리가 상승하면서 달러를 밀어올렸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4일(현지시각) 연 1.647%로 마감해 지난해 11월23일(1.665%) 이후 가장 높았다. 연준은 자산매입 규모를 축소하는 테이퍼링을 1분기까지 마칠 예정이다. 달러 유동성의 추가 공급이 중단된다는 뜻이다. 앞으로 한국과 미국의 금리 격차가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도 원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한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올해 기준금리(0~.0.25%)를 모두 3차례 올릴 것으로 예상한다. 반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1.00%) 인상은 1~2회가 될 것으로 내다본다.
미국의 긴축과 달러 강세만으로 최근의 원화 약세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원화는 지난달 중순을 지나며 약세로 기울었다. 이날 원화가치는 지난달 17일과 견줘 1.36% 떨어졌다. 그런데 같은 기간 달러화 가치는 강세가 아닌 약세(-0.28%)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최근 원화 약세의 주요 원인이 수출 증가세 둔화와 무역수지 적자에 있다고 판단한다. 지난달 무역수지는 원자재와 에너지 가격의 동반 상승으로 20개월만에 적자(5억8600만달러)로 돌아섰다. 하루 평균 수출증가율도 15.9%에 그쳐 전월(26.5%)보다 크게 꺾였다. 무역수지 흑자폭 등 수출입 지표는 외화 유출입 측면에서 원화 환율 변동에 영향을 준다. 유안타증권 자료를 보면, 지난 한해 무역흑자(295억달러) 규모는 코로나19 이전 시기(2015~2019년)의 연평균 흑자(766억달러)와 견주면 40%에도 못미친다. 수출(25.8%)보다 수입(31.5%)이 더 많이 늘었기 때문이다. 정원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수출입물가를 감안한 교역조건도 녹록치 않아 원화는 당분간 약세를 띨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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