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인터넷전문은행을 중심으로 신용대출 마케팅이 뜨겁다. 지난해 정부가 정한 가계대출 한도를 넘어서거나 자본 부족 탓에 대출 영업을 축소하거나 중단했다가 한도가 새로 측정되는 1월이 시작되면서 고객 잡기 경쟁이 재개된 것이다. 시중은행들은 대출 자산 확대에 상대적으로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내 1호 인터넷은행 케이뱅크는 5일 보도자료를 내어, 신용대출 한도를 최대 2억5천만원까지 올린다고 밝혔다. 이에 이 은행이 파는 신용대출 상품 3종의 한도는 최대 1억원까지 오른다. 우선 연 소득 2천만원 이상, 같은 곳을 6개월 이상 다닌 직장인 대상의 상품의 한도는 1억5천만원에서 2억5천만원으로 1억원 는다. 개인사업자도 받을 수 있는 상품 ‘신용대출 플러스’와 필요할 때마다 꺼내쓸 수 있는 ‘마이너스 통장’ 한도도 각각 1억원에서 1억5천만원으로 5천만원 끌어올렸다.
또 케이뱅크는 신용대출 상품을 이용한 중저신용자(신용점수 820점 이하·KCB 기준)에 한해 석 달간 이자를 내면 한 달 치 이자는 환급해주는 ‘이자 캐시백 이벤트’를 진행한다. 중저신용 고객이 예기치 못한 중대 사고로 대출금 상환을 못 한 경우엔 보험사가 대신 갚아주는 보험 상품 ‘대출안심플랜’의 보험료도 케이뱅크가 부담키로 했다. 모두 이자 등 대출에 뒤따르는 비용을 줄여준다는 것으로 신용대출 고객 확보를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또다른 인터넷은행 토스뱅크는 보다 일찍 대출 마케팅에 돌입했다. 이 은행은 지난해 10월 출범한 뒤 9일 만에 한도 소진으로 연말까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있었다. 이 은행은 새해 시작 전인 지난해 12월22일 “2022년 새해 대출, 지금부터 계획해보세요” 등 내용을 담은 광고를 내보낸 데 이어 같은달 29일에는 보도자료를 내어 “신년 연휴에도 대출을 받을 수 있다”며 대출 영업 재개 사실을 홍보했다. 특히 이 은행은 “신용점수에 따라 편 가르지 않고, 동등한 대출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히며, 동시에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카드도 빼 들었다. 최근 화두인 ‘공정’ 가치까지 끌어와 고객 몰이에 나선 모양새다.
카카오뱅크는 새해가 밝자마자 주택담보대출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이 은행은 오는 말까지 주담대 대출 상품 출시를 목표로 실거래 베타 테스트를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용대출은 중저신용 고객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은행업 면허 취득 과정에서 정부에 약속한 중저신용자 취급 비율(20.8%)을 맞추지 못한 데 따른 조처다.
시중은행들은 상대적으로 조용하다. 물론 새해 대출 한도가 초기화된 상황에서 대출 영업은 정상화했지만 떠들썩한 마케팅은 하지 않고 있다. 시중은행 사정에 밝은 은행권 관계자는 “시중은행은 인터넷은행에 비해 규모가 큰 터라 금융당국의 시선을 좀더 의식하며 가계대출 증가 속도를 관리하자는 공감대가 있다”고 전했다. 시중은행들은 지난해 가계 대출을 크게 늘렸다가 대출 상품 판매를 일시 중단하는 등 홍역을 치른 바 있다. 금융당국은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관리 목표치를 6% 미만으로 잡고 있다. 이는 지난해 목표치(6%대)보다 1%포인트가량 낮춘 것이다.
노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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