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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대출 부실 위험 커지는데 충당금은 줄인 은행들, ‘착시 효과’ 경보

등록 2022-01-04 16:21수정 2022-01-05 02:36

만기연장·상환유예로 연체율 떨어지며 충당금도 축소
코로나 금융지원 종료 대비 충당금 더 쌓아야
서울의 한 시중은행 창구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의 한 시중은행 창구의 모습. 연합뉴스
올해 코로나19 금융지원 종료를 앞두고 대출 부실 발생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은행이 미래 손실에 대비해 쌓아놓은 대손충당금은 오히려 감소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4일 금융감독원의 금융통계정보시스템을 보면 19개 국내은행의 대손충당금 적립금 잔액(지난해 9월말 기준)은 18조6436억원이다. 2019년 12월 말 17조3389조원이었던 대손충당금은 코로나19 감염 사태 이후 은행들이 부실 대응을 위해 2020년 말 19조3526억원까지 늘렸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유행 2년차인 지난해부터는 대손충당금이 다시 18조원대로 내려오며 매분기 감소하고 있다. 국내은행의 총여신 대비 대손충당금 적립률도 2019년 12월말 0.89%에서 2020년 말 0.91%까지 올랐으나 이후 감소해 지난해 9월 말에는 0.81%까지 떨어졌다.

대손충당금은 미래에 발생할 손실에 쓰기 위해 미리 쌓아두는 돈을 말한다. 은행업감독규정에 따르면 은행은 대출채권의 부실 위험을 5단계(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로 나눠 단계별로 일정 비율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3개월 이상 연체한 대출 가운데 회수 가능성이 있는 ‘고정’은 대출액의 20% 이상, 돈 떼일 우려가 큰 ‘회수의문’은 50% 이상, 회수가 불가능한 ‘추정손실’은 100%를 충당금으로 쌓아야 한다.

국내은행의 총여신 가운데 고정이하여신(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 비율은 2019년 4분기 0.8%에서 지난해 3분기 0.5%까지 꾸준히 낮아졌다. 2020년 충당금을 늘렸던 은행들은 지난해 충당금을 줄였고 그 결과 영업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금융권에서는 고정이하여신 비율 감소를 정부 정책으로 인한 ‘착시효과’라고 본다. 금융당국이 코로나19 피해 자영업자에게 대출 만기를 연장하고 원리금 상환을 유예하는 조처를 지난 2년간 이어오면서 연체로 분류돼야 할 대출이 정상적인 대출로 포장돼 있다는 것이다.

올해 3월 코로나19 금융지원이 종료되면 본격적으로 부실 대출이 발생하고 연체율이 올라갈 수 있다. 금리는 오르는데 집값 하향세가 계속될 경우 무리하게 빚을 내 집을 산 사람들 가운데 채무 불이행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최근 금융당국의 대출규제 강화로 대출금리가 빠르게 올라 은행들이 예대마진 확대라는 반사이익을 본 만큼 부실 대비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날 낸 보고서에서 “국내 은행·비은행의 충당금 적립수준이 낮아 담보가치 하락 시 금융회사가 대출 태도를 단기간에 보수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금융회사가 손실을 털기 위해 대출을 급히 회수하거나 신규 대출을 내어주지 않아 신용 경색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서 연구원은 “이를 해소하기 위해 은행·비은행의 충당금 적립률을 높이는 게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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