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등 외화로 보험료를 내는 외화보험을 ‘환차익’ 목적으로 계약했다가 환율변동으로 보험금 지급액이 줄어드는 등 피해를 보는 사례가 늘고 있다. 금융당국은 외화보험 판매 시 환율변동 위험을 제대로 알리지 않는 불완전 판매가 증가하고 있다며 외화보험 판매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22일 발표했다 .
외화보험은 일반보험과 똑같이 위험을 보장하면서 보험료 지급·수취는 외화로 이뤄지는 상품이다. 실제로 소비자에게 판매할 때는 보험사가 ‘환전특약서비스’를 제공해 원화로 가입하도록 한다. 만기가 30년 이상 되는 보장성 보험(종신·질병보험)과 저축성 보험(연금보험) 위주로 판매된다.
최근 외화자산 운용수익에 관심이 커지면서 외화보험 판매도 증가 추세에 있다. 외화보험 신규판매 건수는 2017년 5천건에서 지난해 10만5천건으로 급증했다.
외화보험 가운데 불완전판매 비율도 2018년 0.26%에서 2019년 0.37%, 지난해 0.38%로 매년 늘고 있다. 금융위 점검 결과 보험설계사가 환율변동에 따라 보험료가 오르거나 보험금 지급액이 감소할 수 있다는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고 환차익만 지나치게 강조하는 사례가 확인됐다. 여러 생명보험사가 보험설계사에게 제공한 교육자료에는 ‘지금은 달러 살 타이밍’, ‘코로나 위기 시 달러가치 폭등, 위기 전 달러에 투자했다면 주식 대비 48% 초과수익’ 등 환차익을 노린 투자를 강조하는 문구가 다수 실렸다.
외화보험은 소비자가 환율변동에 장기간 노출되기 때문에 실제 보험금을 받을 때 가입 당시 기대했던 금액보다 적을 수 있다. 가입 때 환율이 1달러당 1300원이었다가 사고 발생 시 환율이 1달러당 1000원으로 하락한 경우에는 보험금이 감소한다. 소비자는 사고 발생 시점에 보험금이 필요하므로 환율이 다시 오를 때까지 환전을 하지 않고 기다리기도 어렵다. 또 환율이 상승하면 보험료 부담도 증가한다.
환율 변동 폭은 시기에 따라 급격하게 확대될 수 있다. 최근 10년간 1달러당 원화 가격 변동을 보면 최고 1280원(2020년3월20일), 최저 1008원(2014년7월7일)으로 272원 차이 난다. 최근 30년으로 범위를 확대하면 최고 1962원(1997년12월23일), 최저 725원(1991년6월27일)으로 변동폭이 1237원이나 된다.
금융위는 소비자보호 강화를 위해 외화보험 판매에 적합성·적정성 원칙을 적용하는 내용의 시행령·감독규정을 내년 상반기 안에 개정하기로 했다. 보험사가 소비자의 투자경험 등에 비춰 외화보험 계약이 적합·적정한 경우에만 판매하도록 하는 것이다. 소비자가 환위험을 명확히 인지하도록 환율변동 시 바뀌는 보험료·보험금·해지환급금을 수치화해 상세히 설명하도록 할 방침이다.
금융위는 “보험금이 지급되는 20~30년 뒤 환율을 예측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소비자들은 환위험을 정확히 인지할 필요가 있다”며 “외화보험은 기본적으로 국외이주, 유학 계획이 있는 외화 실수요자 위주로 가입해야 한다”고 했다.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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