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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가계대출 막히니 개인사업자대출로 쏠려…규제 사각지대

등록 2021-12-19 16:37수정 2021-12-19 17:04

LTV 더 높고 사업자·개인 동시 대출 가능
금융당국 “대출금 유용 사후점검제도 개선”
한 시중은행 대출창구. 연합뉴스
한 시중은행 대출창구. 연합뉴스
“아파트 계약할 때 바로 사업자대출을 신청하면 의심받으니까 일단은 여기저기서 돈을 끌어다 아파트를 사요. 서너 달쯤 지난 뒤 사업자등록을 해서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받아 잠시 빌렸던 돈을 갚는 거죠. 개인사업자대출은 담보인정비율(LTV)이 가계대출보다 높아 돈을 더 빌릴 수 있으니 이런 사례들이 가끔 있어요.”

한 금융권 관계자가 설명한 개인사업자대출을 통해 아파트를 사는 방식이다. 최근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되자 개인사업자대출로 부동산 투자를 하는 풍선효과가 생기고 있다. 개인사업자대출은 ‘기업대출’로 분류돼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대상에서 빠져있어 규제 사각지대에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9일 <한겨레>가 케이비(KB)국민·신한·하나·우리·엔에이치(NH)농협 등 5대 은행의 대출잔액 추이를 파악해보니, 개인사업자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270조8672억원에서 11월 말 298조7476억원으로 10.3%(27조8804억원) 증가했다. 가계대출은 같은 기간 670조1539억원에서 708조6880억원으로 5.8%(38조5341억원) 늘었다. 개인사업자대출 증가율이 가계대출 증가율보다 1.8배 크다.

금융권에서는 빠르게 증가하는 개인사업자대출에 부동산 투자 수요도 섞여 있다고 파악한다. 개인이 주택을 구입할 때 적용받는 담보인정비율은 9억원 이하 주택일 때 규제지역에서 40~50%로 제한된다. 하지만 아파트를 담보로 사업자대출을 받으면 은행은 자체 관리기준에 따라 담보인정비율 60~70% 수준까지 대출을 해주고, 2금융권은 최대 95%까지 내어준다. 대출중개를 하는 이아무개씨는 “형식은 사업자대출이지만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어차피 아파트를 담보로 잡으니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규제에 막힌 대출자도 돈이 필요하니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사업자대출은 시설자금·운영자금 같은 사업용도로 써야 한다. 금융회사들은 대출을 해준 뒤 사후에 용도에 맞게 썼는지 증빙자료 등을 통해 점검한다. 하지만 대출자가 사업 외 용도로 쓴 사실을 완벽하게 걸러내기 어렵다. 특히 시중은행에 비해 2금융권은 상대적으로 사후점검에 소홀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달 오윤해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이 낸 ‘자영업자 부채의 위험성 진단과 정책방향’을 보면, 8월 기준 은행의 개인사업자대출 증가율은 11.3%(전년 동월 대비)였지만 저축은행의 개인사업자대출 증가율은 19.8%, 보험사·조합은 26.8%에 이르렀다.

개인사업자는 사업자대출 외에도 ‘개인’ 명의로 가계대출을 받을 수 있다. 개인사업자 대부분은 가계대출도 함께 보유하고 있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저서 ‘2022 피할 수 없는 부채위기’에서 “한 차주(대출 받은 사람)가 대출을 못 갚기 시작하면 사업자대출이든 가계대출이든 상관없이 한꺼번에 상환을 못하게 되는 것이므로 금융당국은 가계대출에 개인사업자대출도 포함해 부채위험을 함께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현재 각 금융회사가 적용하는 개인사업자대출 사후점검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 보완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가계대출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를 막는 방향으로 1·2금융권 함께 사후점검제도 개선방안을 내년 중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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