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비에 쓴다며 돈을 외국으로 보낸 뒤 가상자산(암호화폐)에 투자하거나, 금융당국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거액을 쪼개기로 송금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15일 발표한 ‘외국환거래법 위반 관련 과태료 부과사례 공유’ 자료를 보면, 해외 송금 과정에서 외국환거래법을 위반해 과태료를 부과한 사례가 올해 들어 11월까지 603건으로 집계됐다. 과태료 부과 건수는 2018년 707건에서 2019년 629건, 지난해 486건으로 2년 연속 감소했지만 올해 들어 24% 증가했다.
대표적인 유형은 국외 유학생이 유학자금으로 쓴다며 증빙서류를 제출해 송금한 뒤 국외 가상자산 구매에 유용하는 경우다. 과태료 부과 사례를 보면 유학생 ㄱ씨는 12개월 동안 총 76차례에 걸쳐 5억5천만엔을 송금해 국외 거래소에서 가상자산 구매에 썼고, ㄴ씨는 7개월간 159차례에 걸쳐 865만달러를 송금해 가상자산을 샀다.
현행 외국환거래법에 따라 한번 송금할 때 5천달러를 넘지 않으면 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송금할 수 있는 점을 악용해, 수십억원 이상 거액을 건당 5천달러 이하로 쪼개기 송금하는 경우도 다수 적발됐다. ㄷ씨는 3개월 동안 4880차례에 걸쳐 1444만5천달러를 외국으로 송금했고, ㄹ씨는 10개월간 1755차례에 걸쳐 523만6천달러를 보냈다.
금융위는 “유학자금 등 명목으로 관련 서류를 제출한 뒤 당초 목적과 다르게 자금을 유용하거나, 거액을 쪼개어 분할 송금한 경우 지급절차 위반으로 간주해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말했다. 과태료는 100만원과 위반금액의 2% 가운데 큰 금액을 내야 한다.
금융위는 이어 “신고의무가 있는 자본거래는 송금 시점·내용 등을 감안해 단일 송금으로 인정될 경우 ‘자본거래 미신고’로 인한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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