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국내 가상화폐 시장에서 비트코인이 8200만 원을 넘어서면서 약 7개월 만에 사상 최고가를 다시 썼다. 오전 10시 기준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1비트코인은 8천197만 원으로 24시간 전보다 4.54% 올랐다. 사진은 이날 서울 용산구 코인원 고객센터 가상화폐 시세 현황판. 연합뉴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가격이 나란히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주요 중앙은행들이 긴축 전환을 주저하면서 자산시장 버블을 키우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9일 암호화폐 매체 코인데스크 자료를 보면, 오후 3시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3.4% 오른 개당 6만8200달러(8032만원)로 지난달 20일 기록한 최고가(6만6915달러)를 20일만에 넘어섰다. 국내 거래소 업비트에서도 한때 8270만원까지 치솟아 지난 4월 기록한 최고가(8199만원)를 7개월만에 경신했다. 암호화폐 시총 2위 이더리움 가격도 4800달러를 돌파해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로써 전체 암호화폐 시장 규모는 3조달러를 넘어섰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시총은 각각 1조2840억달러, 5700억달러에 이른다. <시엔비시>(CNBC) 방송은 “이더리움의 강세는 ‘탈중앙화 금융’(디파이) 서비스의 인기가 높아지는 가운데 나타난 현상”이라고 짚었다. 이더리움은 최근 인기를 누리고 있는 ‘대체 불가능 토큰’(NFT)에 많이 쓰이는 기술이기도 하다.
앞서 8일(현지 시각) 미국 나스닥 시장에서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 주가는 5.01% 급등해 지난 4월 상장 이래 종가 기준 최고가를 기록했다. 지난달 19일 뉴욕증시에 상장한 비트코인 선물 상장지수펀드(ETF) ‘비토’의 주가도 8.41% 급등했다.
이날 <블룸버그>는 “미국과 영국 등 주요 중앙은행들의 완화정책 지속으로 40년래 가장 완화적인 금융여건이 형성돼 암호화폐 등 리스크가 높은 시장으로 자금이 계속 유입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의 버블 경고도 잇따랐다. 릭 라이더 블랙록 최고투자책임자는 “너무 많은 유동성으로 시스템 위험이 촉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고문은 “통화정책을 계속 완화적으로 끌고가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상당한 정책 실수가 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통화당국인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도 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법정화폐와 교환비율이 고정된) 스테이블 코인이 새로운 위협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경기 하강 때 위험자산 가격이 붕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테슬라 주가는 이날 4.84% 급락한 1162.94달러로 마감해 나흘만에 ‘천백슬라’로 주저앉았다.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가 자신의 테슬라 지분 중 10%를 매각해야 할지 묻는 트위터 설문조사에서 찬성 비율이 57.9%로 나왔기 때문이다. 머스크는 테슬라 주식 1억7050만주를 보유 중이며 이 중 10%는 이날 종가 기준으로 198억달러(약 23조원)에 달한다.
<시엔엔>(CNN)은 주가가 오를수록 머스크가 내야하는 세금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런 트윗이 나왔다는 점에 주목했다. 미국 정치권에서 부자들의 미실현 자본이익에 세금을 부과하는 ‘억만장자세’ 주장이 제기되자 머스크는 강하게 반발해왔다. 머스크의 트윗으로 주가조작 논란이 다시 불붙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2018년 머스크는 테슬라의 상장폐지를 검토 중이라는 트윗을 올려 증권사기 혐의로 미 증권거래위원회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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