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서울의 한 시중 은행 대출 상품 관련 안내문 모습. 연합뉴스
돈 갚을 능력이 커지면 대출금리를 낮출 수 있는 대출자의 권리가 법적으로 보장된 지 2년이 지났지만 은행들은 소비자에게 금리인하 요구권 안내를 부실하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대로 설명하지 않아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거나 무턱대고 권리를 행사하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정부는 은행의 설명·관리 의무를 강화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가 31일 발표한 ‘금리인하요구제도 운영 개선방안’을 보면, 금융권(은행·저축은행·여신전문금융·보험)에서 소비자들이 금리인하를 신청한 건수는 2017년 19만8천건에서 지난해 91만1천건으로 3년간 4.5배 증가했다.
금융회사의 수용 건수는 같은 기간 12만2천건에서 33만8천건으로 2.8배 증가했다. 늘어난 신청만큼 수용 건수는 따라가지 못해, 수용률은 2017년 61.8%에서 지난해 37.1%로 크게 낮아졌다. 금융위는 “온라인으로 신청하면서 증빙서류를 갖추지 못해 거절당하는 경우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은행이 소비자에게 금리인하요구권 적용 대상이나 신청 방법을 정확히 안내하지 않아 소비자들이 권리행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보고 있다.
금리인하요구제도는 대출받은 사람이 재산 증가, 신용점수 상승 등 신용상태가 개선되면 금융회사에 금리 인하를 요구할 수 있는 제도로, 2019년 6월 법제화됐다.
금융감독원이 2019년12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16개 은행을 대상으로 금리인하 요구제도 운영실태를 점검한 결과, 종합평가등급은 ‘저조’(49.9점)로 나타났다.
은행들은 전반적으로 소비자에게 금리인하 요구권을 제대로 안내하지 않았다. 구체적으로는 “금리인하 신청 시 수용 여부가 소비자의 금융회사 이용 실적에 따라 달라진다”, “지난해보다 금리가 높아진 경우에만 신청할 수 있다”, “대출 실행 3개월 뒤부터 요구할 수 있다” 등 부정확한 설명을 하는 사례가 적발됐다.
금융위는 내년 상반기까지 금융회사들이 금리인하요구제도의 핵심정보를 담은 ‘고객 안내·설명 기준’을 마련하도록 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금리인하 요구권 대상이 되는 대출상품, 신청요건 및 방법, 유의사항 등을 반드시 기재해야 한다. 금리인하요구권이 있는 대출자에게 연 2회 문자메시지·전자우편 등 방법으로 안내해야 한다.
은행별로 제각각인 금리인하 신청 요건도 통일한다. 신청 사유를 소득·재산 증가, 신용도 상승, 기타 항목으로 폭넓게 제시해 신용상태가 개선됐다고 판단하는 경우 누구나 신청할 수 있도록 한다. 심사 기준을 각 은행 내규에 명확히 규정하고, 금리인하 적용시점은 ‘금리변경 약정시점’으로 통일한다.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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