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을 내 투자하는 규모가 늘면서 2분기에 가계가 보유한 국내외 주식 잔액이 처음 100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분기 자금순환’ 통계를 보면, 가계는 국내주식에 역대 두번째로 많은 29조2천억원을 쏟아부었다. 이는 지난해 2분기(16조9천억원)보다 72% 늘어난 규모다. 이에 따라 가계 금융자산에서 국내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15.1%에서 20.2%로 높아졌다. 이 비중이 20%를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가계가 보유한 국내주식 잔액은 968조3천억원으로 여기에 해외주식을 더하면 1031조9천억원에 이른다. 국내외 주식·펀드가 가계 금융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1.6%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반면 은행 예금의 비중은 1년 전 43.2%에서 40.5%로 떨어졌다. 금융부채와 견준 가계 금융자산의 비율은 같은 기간 2.16배에서 2.22배로 높아졌다.
이러한 금융투자 자금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가계는 2분기에 금융기관 차입 등을 통해 56조원을 조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조6천억원 늘어난 규모다. 특히 증권사 등 기타금융중개기관에서 빌린 대출금이 15조원을 넘는다. 가계 주식투자의 상당 부분이 ‘빚투’로 이뤄지고 있다고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가계의 여윳돈으로 볼 수 있는 순자금 운용액(운용-조달)은 24조5천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62조8천억원)보다 크게 줄었다. 한은은 “민간 소비가 살아나고 주택투자도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업(비금융)의 2분기 순조달(조달-운용) 규모는 22조원으로 1년 전보다 7조6천억원 줄었다. 이익이 개선돼 지난해 유동성 확보를 위해 빌렸던 단기 대출금을 갚았기 때문이다. 기업들도 예금은 줄이고 투자펀드에 돈을 더 넣었다. 정부 곳간은 넉넉해졌다. 일반정부는 자금을 순조달(37조1천억원)하는 처지에서 순운용(4조5천억원)하는 상태로 돌아섰다. 적극적 재정집행으로 정부소비가 늘었지만 국세수입이 이보다 더 큰폭으로 증가한 영향이다.
한광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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