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4거래일 만에 반등 마감한 7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유동성 밀물이 서서히 빠지면서 가려져있던 부채 위험과 성장세 둔화 등 복합적인 악재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코스피는 최악의 경우 2700~2800까지 밀릴 수도 있지만 장기투자자의 경우 3000선 아래에서는 분할 매수해볼만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7일 국제금융센터 보고서를 보면, 국제투자은행(IB)들은 장기금리 상승세가 당분간 지속되면서 성장주가 약세를 띠는 등 연말까지 미국 등 세계증시의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세계적인 유동성이 점차 축소되는 가운데 하반기 기업실적이 예상보다 부진할 경우 연말까지 증시의 강한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깜짝 실적으로 증시가 상승하더라도 그 강도는 상반기에 훨씬 못미칠 것이라는 견해가 대부분이다. 투자은행들은 유동성 축소로 신흥국 증시가 상대적으로 더 부진할 것으로 예상했다. 소시에테제네랄(SG)은 “특히 아시아 증시는 성장의 정점 통과(피크아웃)와 중국 리스크라는 두개의 하방 위험에 직면해 있어 연초 고점을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부도 위기가 시스템 위험으로 불거질 가능성은 낮은 편이어서 최근 주가 낙폭은 과도하다는 시각도 있다.
국내 증권사에서는 한국 등 신흥국 증시가 긴축 우려로 약세를 보이는 ‘역금융장세’에 들어섰다는 진단이 나왔다. 김인식 아이비케이(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은행이 선제적인 금리인상에 나서면서, 풍부한 유동성 기반의 금융장세와 경기 회복에 따른 실적장세가 잇달아 막을 내리고 있다”며 “이러한 시기에는 현금성 자산보유가 최선”이라고 조언했다.
증권사들은 미국의 정부부채와 중국의 기업부채, 글로벌 에너지 위기 등의 동시다발 악재가 최악의 사태로 치달을 경우 코스피는 2700~2800선까지 밀릴 수 있다고 본다. 그러면서 위기는 기회일 수 있다고 말한다. 김영환 엔에이치(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시가총액비율(버핏 지수)과 주가수익비율(PER)을 함께 검토한 결과 코스피의 바닥은 2820 수준”이라며 “3000선을 밑도는 구간에서는 분할매수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코스피는 기관의 순매수에 힘입어 1.76%(51.15) 오른 2959.46으로 마감해 나흘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패닉장세를 감안해 기업이익 전망치를 10% 하향조정하고 여기에 역사적으로 가장 낮은 가치(밸류에이션)를 매길 경우 코스피 최후의 지지선은 2700선”이라며 “중장기 투자가에게는 지금이 저가로 분할매수할 수 있는 기회”라고 짚었다.
국내 금융시장의 진정 여부는 다음주가 단기적인 갈림길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우리 시장은 미국보다는 중국과 에너지 가격에 더 민감하다”며 “국경절 연휴 이후 중국 정부가 유동성 위기 진화 방안을 내놓을지, 에너지 가격 안정을 위한 국제 공조가 이뤄질지에 따라 증시 향방이 판가름 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