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가벼운 자동차 접촉사고에도 장기간 입원해 과도하게 보험금을 타내는 행태를 개선하기 위해 경상환자는 과실만큼 본인 보험으로 치료비를 부담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최근 보험금 청구가 급증한 한방병원 치료비와 관련해서도 적정 수준의 보험금 지급 기준을 마련한다.
금융위원회와 국토교통부는 30일 이런 내용을 담은 자동차보험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2023년부터 자동차 사고 경상환자(12~14등급)의 치료비 가운데 본인 과실 부분은 본인 보험으로 처리하도록 표준약관을 개정한다.
현재는 과실 정도와 무관하게 상대방 보험사에서 치료비를 전액 지급하고 있다. 실제 차선을 변경하다 사고를 낸 운전자가 (과실 80%)가 13일 입원, 23회 통원치료를 해 발생한 치료비 200만원은 상대방 운전자 보험사로부터 전액 보상받았다. 반면 직진차량 운전자(과실 20%)는 치료를 받지 않았는데, 결국 과실이 많은 운전자의 치료비가 과실이 적은 운전자에게 전가되는 결과를 낳았다. 이번 제도 개선 대상에 중상환자(1~11등급)나 치료비 보장이 어려울 수 있는 보행자(이륜차·자전거 포함)는 제외된다. 금융위는 “연간 5400억원의 과잉진료가 감소하고 전국민 보험료도 2만~3만원 절감하는 효과가 예상된다”고 했다.
정부는 이 외에도 경상환자가 4주 초과 진료를 할 경우 진단서 제출을 의무화하고 진단서에 나온 진료기간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표준약관을 개정한다. 캐나다·영국·일본 등에서는 자동차사고 부상에 대해 진단서 제출을 의무화한다.
과잉진료의 온상으로 지목되는 한방병원, 상급병실에 대한 보험금 지급 기준도 구체화해 내년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현재 자동차보험은 병실 등급과 관계없이 입원료를 보험에서 전액 지급한다. 정부는 앞으로 상급병실 입원료의 상한선을 설정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 진료수가 기준을 개정하기로 했다.
한방병원의 첩약·약침 등 치료는 건강보험 급여항목에 포함되지 않아 자동차보험 수가기준이 불분명하다. 정부는 다음달 한방 진료수가 기준 개선을 위한 연구용역을 시행하고 합리적인 진료수가 기준을 만들 방침이다.
연도별 자동차보험금 지급현황을 보면, 경상환자 보험금 지급액은 2016년 1조9302억원에서 지난해 2조9092억원으로 4년 새 50.7%(9790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중상환자 보험금 지급액은 1조3808억원에서 1조4942억원으로 8.2%(1134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진료 기관별로 보면 경상환자의 양방치료비는 2016년 3656억원에서 지난해 2947억원으로 19.4%( 709억원) 감소했지만, 한방치료비는 같은 기간 3101억원에서 8082억원으로 160%(4981억원) 급증했다.
일부 보장 범위는 확대한다. 부부특약에 가입한 무사고 경력 배우자가 별도로 보험을 가입하면 무사고 경력을 최대 3년까지 인정해준다. 사망·후유장애에 따른 보험금 지급을 위해 장래기간 상실수익액을 계산할 때 이자를 적게 공제하는 방식으로 계산법을 바꿔 보험금 액수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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