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공정거래위원회를 향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심사가 늦어 유감스럽다며 조속히 승인해달라고 요청했다. 산업은행이 보유한 에이치엠엠(HMM) 지분은 단계적으로 매각할 방침이지만 아직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이 회장은 13일 취임 4주년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항공산업은 국내 경쟁 문제가 아니라 세계 기업들의 사활이 걸린 경쟁인데 우리 경쟁당국(공정거래위원회)이 좀 더 적극적으로 앞서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유럽연합 경쟁당국이 빅테크를 규제하려고 하면 미국 경쟁당국이 보호하고 나서는데, 우리는 너무 보호하지 않는 기분이 들어 심히 섭섭하고 유감스럽다”고 했다. 그는 이어 “아시아나와 대한항공 결합은 한국의 항공산업 생존과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불가피하고 필수적인 조처”라며 “시장과 산업적 관점에서 긍정저으로 봐줬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공개적으로 읍소한다. 조속히 승인절차를 밟아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의 에이치엠엠 지분 매각 계획과 관련해 이 회장은 “현재 별도 진행중인 사항은 없다”고 전제한 뒤 “인수합병(M&A) 조건이 완성되면 보유지분을 조금씩 낮추는 게 방향”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지분매각을 정부의 정책적 고려와 시장여건 등을 감안해 유관기관과 협의하겠다고 했다. 산은은 지분 매각으로 공적자금을 회수하고 향후 에이치엠엠 관리주체가 되는 해양진흥공사가 경영권 지분을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이 회장은 다만 “에이치엠엠이 최근 흑자로 돌아서긴 했지만 내년과 내후년 시황이 정상화되면 해운운임이 낮아질 것이고 에이치엠엠 수익성도 굉장히 낮아질 수 있다”며 “에이치엠엠 정상화가 됐다고 보기엔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쌍용자동차의 평택공장 이전 계획과 관련해 이 회장은 “현재 공장 이전은 확정되지 않은 계획이고 최소한 7~8년 이상 걸리는 매우 불확실한 계획”이라고 했다. 쌍용차 인수 후보자가 평택공장 부지를 팔아 이익을 챙기고 기업회생은 도외시하는 이른바 ‘먹튀’ 우려에 대해 이 회장은 “공장부지 용도변경은 특혜논란과 반발이 만만치 않으며, (인수자가) 불확실성을 갖고 쌍용차 투자를 하겠느냐”며 “부동산 투기 우려는 없다고 보며, 우리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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