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오후 서울의 한 시중 은행 앞 대출 상품 관련 현수막의 모습. 연합뉴스
엔에이치(NH)농협·우리은행의 일부 대출 중단 이후 다른 은행들이 ‘풍선효과’ 차단을 위해 대출금리를 올리고 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과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강화 영향이 더해지면서 시중은행의 대출금리 상승세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6일부터 전세자금대출 가산금리를 0.2%포인트 올린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한겨레>에 “일부 은행의 대출 중단 이후 가계대출이 많이 늘어 총량 관리를 위해 금리를 올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지난 3일 기준 연 2.77~3.87%였던 신한은행의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6일부터는 최대 4%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은행은 주택담보대출에 붙는 가산금리는 조정하지 않았다.
앞서 케이비(KB)국민은행도 지난 3일부터 가계대출 총량관리 차원에서 신규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를 기준으로 하는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변동금리를 0.15%포인트 인상했다. 이에 따라 해당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2.65~4.15%, 전세자금대출 금리는 연 2.79~3.99%로 올랐다.
5개 시중은행(케이비국민·신한·하나·우리·엔에이치농협)의 8월 말 대출잔액은 지난해 말보다 4.3% 증가했다. 지난해 말 대비 7월 말 증가율(3.8%)보다 한 달 새 0.5%포인트 늘었다. 이런 증가속도라면 남은 4개월(9~12월)간 총 2%포인트가 더 늘고 은행별로 설정한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5~6%)에 도달하게 된다. 이미 목표치를 넘긴 엔에이치농협은행은 11월 말까지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을 중단했고, 3분기 대출 한도를 조기 소진한 우리은행도 9월 말까지 전세자금대출을 중단하고 있다.
시중은행 대출금리 인상은 시장금리가 오른 요인보다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강화로 은행들이 정책적으로 끌어올린 영향이 크다. 케이비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3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연동)는 연 2.80∼4.30% 수준이다. 약 3개월 전인 5월 말(2.35∼3.88%)보다 0.42~0.45%포인트 높다. 같은 기간 신규 코픽스는 0.82%에서 0.95%로 0.13%포인트 올랐다. 최종 대출금리가 지표금리보다 3.2~3.5배 오른 것인다.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올리고 우대금리는 축소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지표금리인 코픽스도 상승 흐름을 탈 가능성이 높아 대출 금리 상승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6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5%에서 0.75%로 0.25%포인트 인상하자 5대 은행이 예·적금 금리를 상품별로 0.05~0.4% 올렸다. 이에 은행들의 자금 조달 비용을 반영하는 코픽스 금리도 상승할 여지가 커진 셈이다. 이달부터 적용된 예·적금 금리 인상분은 10월15일 발표되는 코픽스에 반영된다.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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