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오후 서울의 한 시중 은행 창구 모습. 연합뉴스
5개 주요 은행의 8월 말 가계대출 잔액이 지난달보다 3조5천억원 늘었다. 증가세는 전월보다 둔화했지만 신용대출 한도 축소를 앞두고 마이너스통장 발급이 크게 늘어 가수요가 급증하는 모습을 보였다.
1일 케이비(KB)국민·신한·하나·우리·엔에이치(NH)농협은행에서 받은 8월말 기준 여수신 현황을 보면, 가계대출 잔액은 698조8149억원으로 전월보다 3조5068억원 증가했다. 공모주 청약 수요가 있었던 7월 증가액(6조2009억원)보다는 크게 줄었다.
5개 은행의 대출잔액은 지난해 12월 말보다 4.3% 증가했다. 금융위원회가 정한 올해 증가율 목표치(5~6%)보다는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은행별로 보면, 엔에이치농협은행의 8월 말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해 12월 말보다 7.6% 증가했다. 7월까지 증가율(7.1%)보다 0.5%포인트 높아졌다. 지난달 24일부터 신규 주택담보대출·전세대출을 중단했지만 이미 그전에 대출이 많이 늘었기 때문이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연말 대비 4.6% 늘어, 목표치에 근접하고 있다. 케이비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3.6%, 3.4% 증가했고, 신한은행이 2.3%로 증가율이 가장 낮았다.
5개 은행의 8월 말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493조4148억원으로, 전월보다 3조8311억원 늘었다. 올해 들어 가장 큰 증가폭을 보였다. 7월에도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전월보다 3조8237억원 늘어, 두 달 연속 4조원 가까이 뛰었다. 5개 은행의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119조9670억원으로, 전월보다 1조6606억원 증가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8~9월 이사철을 맞아 주택담보대출·전세대출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보통 주택 관련 대출은 한 달 정도 일찍 계획하고 신청하기 때문에 농협은행·우리은행의 일부 대출 중단으로 인한 풍선효과는 아직 본격적으로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5개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8월 말 기준 140조8942억원으로, 전월(140조8930억원)보다 12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은행들이 대출금리 인상 등 신용대출 관리를 강화하자 증가세가 진정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신용대출 한도 축소 방침 이후 마이너스 통장 발급 가수요는 폭발했다. 8월 들어 13일까지 5개 은행의 마이너스통장 신규 발급 건수는 1만6062건이었다. 하지만 16일부터 31일까지는 총 2만8083건 발급이 이뤄져 69% 증가했다. 마이너스 통장을 발급해놓고 실제로 빼쓰지 않으면 신용대출 잔액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하지만 한도만큼 언제든지 신용대출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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