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서울 시내 NH농협은행 대출 창구. 연합뉴스
엔에이치(NH)농협은행에 이어 우리은행 등 시중은행과 지역농협이 가계대출 가운데 일부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에도 대출 증가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은행들의 자체 관리 목표치를 넘어서자 대출 중단으로 이어진 것이다.
우리은행 쪽은 20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자체 전세자금대출 상품인 ‘우리전세론’을 9월 말까지 중단한다고 밝혔다.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5% 이내로 관리하라는 금융당국의 권고에 따라 우리은행은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을 분기별로 한도를 정해놓고 관리해왔다. 이 중 전세자금대출에 수요가 과도하게 몰려 3분기 한도가 19일 소진되면서 신규 접수는 당분간 안 받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다만 기존 대출 계약 가운데 취소분이 나오면 그만큼 대출은 취급한다. 버팀목 전세자금대출이나 청년 맞춤형 전·월세대출 등도 한도 적용 대상이 아니어서 여전히 대출받을 수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5월 초에도 2분기 전세대출 한도가 소진돼 6월말까지 취급을 중단한 바 있다. 7월말 기준 우리은행의 전체 가계대출 잔액(134조1113억원)은 지난해 말보다 2.9% 증가했지만, 전세자금대출(22조1245억원)은 같은 기간 15.4% 증가했다.
에스시(SC)제일은행도 지난 18일부터 부동산담보대출인 ‘퍼스트홈론’ 가운데 일부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은행 쪽은 가계대출 관리 목표를 넘어선 것은 아니지만 선제적인 관리 차원서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상호금융인 1118개 지역 농·축협회도 다음주 중에 집단대출 신규 승인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현행 60%인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도 40~50% 수준으로 낮추기로 했다. 주택담보대출은 물론 신용대출도 받기가 한층 까다로워진다는 얘기다. 농협중앙회는 이날 금융위원회에 이런 내용의 하반기 가계대출 관리방안을 보고했다.
앞서 엔에이치농협은행은 주택담보대출, 집단대출, 전세자금대출 등 신용대출을 제외한 모든 신규 가계대출 상품을 11월말까지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엔에이치농협은행은 7월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135조3160억원)이 지난해 12월말(126조3322억원)보다 7.1% 증가해, 금융위원회가 올해 초 권고한 ‘증가율 5%’를 벌써 초과했다. 케이비(KB)국민은행은 같은 기간 대출 증가율이 2.6%이고, 신한은행은 2.2%, 하나은행 4.4%다.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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