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원/달러 환율이 1176원대로 마감하며 11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 종가보다 7.3원 오른 달러당 1,176.3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작년 9월15일(1,179.0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연합뉴스.
외국인의 매도 공세는 약해졌지만 환율이 11개월만에 최고치로 급등하면서 주가도 큰폭으로 밀려났다.
17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7.3원 급등(원화가치 급락)한 1176.3원으로 장을 마쳤다. 지난해 9월15일(1179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환율은 6거래일간 34.2원 올랐다. 외국인은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4177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2조7천억어치를 팔아치웠던 전 거래일에 비하면 크게 축소됐다. 반도체주 매도 규모가 급감한 영향이다. 삼성전자 순매도는 전날 2조3515억원에서 4544억원으로 줄었다. 에스케이(SK)하이닉스는 소폭(628억원)이지만 9거래일만에 순매수로 돌아섰다. 하지만 지수 하락폭은 그만큼 축소되지 않았다. 코스피는 0.89%(28.2) 하락한 3143.09로 장을 마쳤다. 지난 5월17일(3134.52) 이후 최저치다. 코스닥지수는 되레 하락폭이 커져 2.86%(29.73) 급락한 1011.05로 장을 마쳤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업황 둔화 우려에다 중국의 경제지표 부진이 더해져 시장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했다. 전날 발표된 중국의 7월 소매판매와 광공업생산은 전년 대비 각각 8.5%, 6.4% 증가에 그쳐 시장 예상치를 크게 밑돌았다. 이에 중국 당국이 재정과 통화정책 지원을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문홍철 디비(DB)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돈줄 조이기와 중국의 돈풀기가 맞물리면 달러가 강해져 원-달러 환율이 1180~1190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원화의 가파른 약세가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디램 가격 하락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는 있지만 애초에 슈퍼사이클이 없었기 때문에 재고조정 기간도 길지 않아 영향이 적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권아민 엔에이치(NH)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수출 증가율이 꺾일 것이라는 우려가 과도하게 반영됐다. 외국인 매도세가 진정되면 원화 환율이 내려올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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