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5거래일 연속 흘러내렸다. 11일 코스피는 0.7%(22.57) 하락한 3220.62로 마감했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연합뉴스.
‘매에는 장사 없다’. 대어급 새내기들이 잇따라 코스피 시장에 상장하면서 시가총액은 최대 수준으로 불어나고 있지만 지수는 흘러내리고 있다.
11일 코스피 시장의 시총은 2322조6070억원으로,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달 6일 시총(2314조4170억원)보다 8조원 가량 많아졌다. 크래프톤이 상장한 전날(2334조6289억원)은 최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지수는 같은 기간 2.5% 하락했다. 특히 카카오뱅크 상장을 하루 앞둔 지난 5일 이후 5거래일 연속 내렸다.
시장에 주식 공급이 늘어나면 수급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올해 코스피 시장에 상장한 7개 기업의 시총은 이날 102조6629억원으로 코스피 전체 시총의 4.4%에 달한다. 시총이 10조원을 넘는 기업만 4곳으로, 카카오뱅크(35조3475억원), 에스케이(SK)바이오사이언스(22조9500억원), 크래프톤(19조9015억원), 에스케이아이이테크놀로지(14조4378억원)가 코스피 시총 30위권에 진입해 있다. 대형 신규 상장종목들에 매매가 집중되면서 시장의 유동성을 빨아들였다. 카카오뱅크의 지난 9일 거래대금(3조6천억원)은 코스피 시장 전체 거래대금의 23.2%를 차지했다.
앞으로도 현대중공업, 카카오페이, 엘지(LG)에너지솔루션 등 대어급들의 코스피 상장이 줄줄이 예정돼 있다. 다음달로 상장 일정이 잡힌 현대중공업의 예상 시총은 공모가 상단 기준으로 5조3천억원이다. 엘지에너지솔루션은 기업가치 100조원에 공모금액만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증권가는 추정하고 있다. 에스케이(SK)증권은 올해 총 공모금액 규모가 25조~30조원으로 연간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러한 대규모 기업공개가 코로나19 이후 전개된 유동성 파티의 끝을 앞당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공모시장의 활황은 증시의 과도한 낙관을 반영하고 있었던 경우가 많았다. 주식의 공급을 더 이상 받아내지 못할 때 유동성 장세는 끝나게 마련”이라고 예상했다. 미국의 기업공개 시장도 유례없는 활황을 이어가고 있다. 상반기 공모금액은 이미 지난 한해 기록을 넘어섰다. 마켓워치는 “투자은행과 기업들은 투자자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기업을 공개한다. 그들은 지금이 주식을 매각하기에 가장 좋은 고점의 시기라는 점을 알고 있다”고 짚었다.
한광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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