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퇴임 17일 만인 7월1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모바일 입당원서를 작성한 뒤 이준석 대표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공동사진취재단
사모펀드 사태는 은행·증권·자산운용사 등 국내 주요 금융회사들이 대부분 연루된 초대형 금융스캔들이다. 개인투자자 수만명이 입은 피해액이 무려 6조원대에 이른다. 감사원이 이런 대형 금융사건의 발생과 관련해 지난해 금융감독기구 감사에 나선 것은 시의적절했다. 그러나 감사원이 1년씩이나 감사를 진행했으나, 지난달 내놓은 감사결과는 애초 천명했던 목표에 한참 못미쳤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특히, 징계 건수 등 감사 실적을 올리기 위해 무리하게 감사결과를 이끌어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이 과정에서 금융감독원의 하위 직급 직원들이 ‘희생양’이 된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사모펀드는 소수의 전문투자자를 중심으로 구성되고 운영되는 게 일반적이다. ‘고위험 고수익’을 추구하는 특성상 ‘사모펀드 천국’으로 불리는 미국에서도 전문투자자들만 참여한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선지 우리나라에서는 금융을 잘 모르는 일반투자자들도 최소금액 1억원만 내면 투자가 가능하도록 설계가 됐다. 그래서 평생 은행만 이용하던 노인들한테까지 안전한 금융상품이라고 유혹해 끌어들임으로써 피해 규모가 커진 것이다. 스스로 리스크 관리와 금융회사 감시가 가능한 전문투자자들만 참여하도록 했다면 애초에 이런 사단이 벌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번 감사원의 감사결과는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았다.
사모펀드 규제완화는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금융위원회 주도로 이뤄졌다. 자본금 20억원만 있으면 사모전문운용사를 설립할 수 있게 해주고, 일반투자자가 투자할 수 있는 최저금액도 5억원에서 1억원으로 대폭 낮춰줬다. 당시 규제완화 정책에 금감원은 반대했다. 그러자 정책 마련을 위한 실무 태스크포스(TF)에 금감원 직원들은 아예 배제됐다는 게 당시 사정을 아는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대신에 관련 협회 등 관계자들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감사원은 감사보고서에서 “금융위는 일반투자자의 위험감수능력 등을 고려하지 않고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일반투자자의 투자요건 등을 완화하여 사고 발생 사모펀드의 피해가 일반투자자에게 집중됐다”고 언급하면서도, 금융위원장에게 가장 낮은 단계의 제재인 ‘주의’를 요구하는 데 그쳤다. 관련해서 금융위 공무원은 단 한명도 징계 요구를 받지 않았다. 반면에 감사원은 사모펀드와 관련해 금감원 임직원 15명을 징계했다. 감사원이 ‘선택적 감사’를 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금감원의 한 전직 임원은 “최재형 감사원장 시절 감사원은 월성 원전에 대해서는 ‘정책 감사’를 하면서도, 사모펀드 사태에 대해서는 금융위의 정책 설계 잘못은 보지 않고 금감원의 하급 직원들만 징계했다”며 “금융위와 금감원에 대한 감사가 형평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최 전 감사원장은 재임 시절 월성 원전과 사모펀드 감사에 역점을 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치적인 편향으로 인해 박근혜 정부 때 설계된 사모펀드 ‘정책’에는 애써 눈을 감으면서 현 정부에서 진행됐던 금융감독 ‘집행’에 대해서만 집중 감사를 벌인 게 아니냐는 얘기다.
특히, 감사원이 금감원 하위 직급 직원 2명을 중징계하면서 일부 사실관계를 왜곡했다는 의혹은 그 진상이 밝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은 감사보고서에서 금감원 직원이 “공문 등을 통해 검찰의 수사상황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막연히 수사할 것으로 판단하여 (민원을) 종결 처리”했다고 지적했는데, 이것이 금감원의 실제 업무방식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게 논란의 핵심 중 하나다. 금감원 직원들은 한국거래소 심리결과 자료 등을 통해 검찰의 수사 여부를 간접 확인하고 있다. 금감원 전 국장 출신 간부는 “검찰에 수사상황을 공문 등을 통해 공식 확인하라는 건 현재 대한민국에서 검찰의 위상이나 태도로 볼 때 납득하기 어려운 요구”라며 “검찰이 기밀인 수사사항을 금감원이라고 해도 확인해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금융법 전문가인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모펀드 사태는 근본적으로 개인투자자들에게 투자를 허용한 정책 설계의 잘못과 금융감독기구가 금융위와 금감원으로 나뉘어 손발이 안 맞는 점 때문에 발생한 것인데 감사원이 정책감사를 한다면서 이런 문제는 제대로 지적하지 않았다”며 “중징계 대상이 된 금감원 실무자는 현재의 검찰과 금감원의 관계를 봤을 때 억울할 것 같다. 그러나 재심을 요청해도 감사원이 받아줄 가능성이 거의 없어 재심을 제3의 기관에서 하는 게 타당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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