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서울 종로구 시중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모습. 연합뉴스
인터넷전문은행의 등장과 코로나19 사태 이후 금융의 디지털화가 빨라지면서, 지방은행의 점유율은 축소되고 대형은행의 시장집중도는 더욱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분야별 전문은행 도입 같은 은행산업의 근본적인 구조 변화를 유도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국금융연구원 김우진 선임연구위원은 8일 발표한 ‘국내 은행산업의 구조 분석과 향후 진입정책’ 보고서에서 “지난 2017년 인터넷은행 출범 이후 4년간 국내 은행산업은 디지털 혁신에 따른 질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시장집중도가 높게 유지되는 등 구조적 변화가 크지 않았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일반은행 가운데 상위 3개 은행의 시장점유율(CR3)은 62.3%로, 전년과 동일했다. 인터넷은행이 출범하기 전인 2016년(61.1%)보다 오히려 더 늘었다.
원화예금 기준으로도 상위 3개 은행의 점유율은 지난해 61.8%를 차지해, 전년(61.7%)보다 늘었다. 2016년(61.8%)과 동일한 수준이다. 다만 원화대출 기준으로는 상위 3개 은행의 점유율이 2016년 62.4%에서 지난해 61.7%로 4년 사이에 소폭 감소했다.
상위 3개 은행의 시장점유율은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말 29.6%에 불과했다. 이후 금융 구조조정, 합병, 금융지주회사 설립추세 등으로 크게 상승해 2016년 이후 61~62%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지방은행의 시장점유율(총자산 기준)은 2016년 12.1%에서 올해 1분기 10.9%로 줄어들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지역경제 침체, 오픈뱅킹 도입, 인터넷은행의 공격적 영업, 비대면 금융시장 활성화 등으로 소매금융 고객의 충성도가 낮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지배자가 혁신을 게을리하고 단지 시장의 파이만 키우려고 한다면 국내 은행산업의 경쟁력은 강화되기 어렵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정책당국은 앞으로 기존 사업자를 포함해 은행산업의 근본적인 구조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진입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국내은행들은 필요에 따라 소매금융, 기업금융, 자산관리 전담 은행 등으로 분할할 수 있고, 새로 시장에 진입하려는 사업자는 각 사업 단위별로 인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새로운 진입정책으로 분사 및 인수합병, 구조조정에 유리하고 고객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라며 “대형은행은 진화하고 신규 은행은 틈새시장을 공략해 은행산업의 안정적 발전을 유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말했다. 그는 단기적으로는 기존 은행에도 인터넷은행이나 벤처투자 전문은행 같은 가칭 ‘꼬마뱅크’ 설립을 허용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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