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 최고경영자. 아크인베스트먼트 누리집
스타 펀드매니저 캐시 우드가 이끄는 펀드의 수익률이 떨어질 때 반대로 이익을 보는 인버스 펀드가 출시를 앞두고 있다. 주가지수나 업종이 아닌 특정 펀드의 하락에 베팅하는 펀드의 등장은 매우 이례적이다.
4일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자산운용사 터틀캐피털매니지먼트는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먼트 최고경영자의 주력펀드인 아크혁신상장지수펀드(ARKK)의 일별 수익률과 반대로 움직이는 상장지수펀드(SARK)의 출시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지난달 30일 신청했다.
우드의 아크인베스트 펀드들은 지난해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며 자금을 끌어모아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대표펀드인 아크혁신상장지수펀드는 149% 수익을 내 우드를 스타의 반열에 올려놨다. 하지만 올해 들어선 현재 -1%의 손실로 돌아서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2월12일 기록한 고점 대비로는 21.3% 급락했다. 우드가 확신을 갖고 매수한 첨단 기술주들의 시세가 한풀 꺾인 탓이다. 이 펀드의 종목 구성을 보면 테슬라의 비중이 11%로 가장 높고, 원격 의료업체 텔라닥헬스, 스트리밍 플랫폼업체 로쿠, 모바일 결제업체 스퀘어 등이 5% 넘게 편입됐다. 이어 줌비디오(4.81%), 쇼피파이(4.55%), 코인베이스(4.35%), 유니티소프트웨어(3.97%), 트윌리오(3.74%), 스포티파이(3.36%) 등을 많이 담았다.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기술주들로, 일부는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우드의 운용능력에 회의적인 투자자들은 이 펀드를 공매도 할 수 있는 방법을 논의해왔다. 시장조사업체 마르킷에 따르면, 이 펀드의 주식 10억달러어치가 공매도 투자자들에게 대여됐다. 이런 투자자들의 심리를 간파한 터틀캐피털매니지먼트가 개인도 쉽게 이 펀드에 반대로 베팅할 수 있는 상품을 설계한 것이다. <블룸버그>는 “우드를 의심하는 ‘안티 캐시 우드 펀드’가 증권거래위의 허가를 받을 경우 오는 10월께 출시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부에선 로봇공학이나 우주여행 같은 우드의 테마식 투자를 비판한다. 투자은행 제이피(JP)모건은 “거품이 낀 일부 고성장주에 매우 큰 투기적 포지션이 형성됐는데 그 중심엔 우드의 아크혁신펀드가 있다”고 경고했다. 투자자문사인 이티에프스토어의 네이트 제라시 대표는 “지난 몇 년간 우드의 눈부신 성과에도 승리가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다는 생각에 승자와 반대로 베팅하고 싶어하는 투자자들은 항상 있어왔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우드의 영향력은 여전하다. 우드의 펀드가 집중 매수한 미 온라인 증권사 로빈후드 주가는 이날 50.4% 급등한 70.3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나스닥 상장 첫날 공모가(38달러) 밑으로 떨어진 이 회사 주가가 급반전된 것이다. 미 경제방송 시엔비시(CNBC)는 “우드가 전날 혁신상장지수펀드를 통해 로빈후드 주식 420만달러어치(8만9622주)를 매입했다. 지난주부터 사들인 로빈후드 주식은 300만주가 넘는다”고 전했다. 우드를 믿는 개인들도 적극 매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온라인 게시판 레딧의 주식 토론방 ‘월스트리트베츠’에는 로빈후드가 700회 이상 언급됐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