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정의연대와 DLF피해자 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지난 2020년 1월16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DLF 제재 관련 은행장 해임요청 진정서를 제출하면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증권(DLF) 사건과 관련한 금융감독원과 우리금융지주 손태승 회장 간 행정소송 1심 선고일이 다음달 20일로 잡힌 가운데, 마지막까지 소송 결과가 예측불허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소송은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된 금융회사 경영진 수십명에 대한 금감원의 제재 근거와 동일한 법리를 놓고 다투는 것이어서, 소송 결과에 금융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 소송의 쟁점은 크게 두가지다. 첫째는 금감원이 손 회장(당시 우리은행장)에게 중징계(문책경고)를 내릴 수 있는 처분 권한이 있는지 여부, 두번째는 금융회사지배구조법(지배구조법)상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위반을 근거로 중징계를 내릴 수 있는지 여부다.
첫번째 쟁점은 지난해 3월 손 회장의 집행정지 가처분신청 때 행정법원이 본안소송에서 다툴 만한 사안이라고 손 회장 쪽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본안소송을 담당하는 행정법원 제11부(강우찬 부장판사)는 심리 과정에서 금감원에 제재 권한이 있는 것으로 이미 판단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따라 본안소송에선 두번째 쟁점을 집중적으로 심리해왔다.
특히 재판부는 심리 과정에서 지배구조법과 시행령, 고시(감독규정) 등 제재의 법적 근거를 구체적으로 따진 것으로 알려진다. 지배구조법 제24조 1항은 ‘금융회사는 법령을 준수하고, 경영을 건전하게 하며, 주주 및 이해관계자 등을 보호하기 위하여 금융회사의 임직원이 직무를 수행할 때 준수하여야 할 기준 및 절차(내부통제기준)를 마련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세부적인 사항은 시행령에 위임하고 있다. 손 회장 쪽은 우리은행은 관련 내부통제기준을 모두 마련해놓았다고 주장하는 반면에, 금감원은 실효성 있는 기준을 마련하지 못해 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해왔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이 2018년 1월 에스케이(SK)커뮤니케이션즈의 개인정보 유출 관련 소송에서 내린 판결이 눈길을 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고시에서 정하고 있는 기술적·관리적 보호 조치를 다하였다고 하더라도, 마땅히 준수해야 한다고 일반적으로 쉽게 예상할 수 있고 사회통념상으로도 합리적으로 기대 가능한 보호 조치를 다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위법행위로 평가될 수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 이는 우리은행이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해놓았다고 하더라도, 파생금융상품이라는 새로운 금융상품을 개발·판매할 때 소비자보호를 위한 실효성 있는 조치들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위법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특히, 강 부장판사는 지난달 25일 열린 최종변론에서 금감원에 한가지 주문을 해 주목을 끌었다. 금융회사가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할 때 지배구조법 입법 취지상 중요한 사항과 그렇지 않은 사항을 구별하는 기준이 필요한데, 금감원이 참고서면을 제출할 때 이런 부분을 보완해달라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즉,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할 때 핵심적 사항이 무엇인지, 그리고 이에 비춰봤을 때 처분 사유가 정당한지를 제시해달라는 것이다.
금융권에선 강 부장판사의 이 주문이 어느 쪽에 유리한지를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한편에선 금감원의 제재 근거를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금감원 쪽에 유리하다고 보는 반면에, 다른 한편에선 금감원의 지금까지 변론이 충분치 못했다는 쪽으로 해석될 수 있어 손 회장 쪽에 유리하다고 본다. 이 사안을 아는 금융권 관계자는 “양쪽이 승소할 수 있는 확률이 거의 반반인 것 같다”고 해석했다.
박현 기자
hyun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