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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수수료없이 타행송금? “국회에서는 OK”

등록 2006-02-06 15:43수정 2006-02-07 19:04

지난 1월 두 차례에 걸쳐 농협 국회지점에서 자동화 기기를 통해 5만원을 인출 했던 이아무개씨 통장.인출 당시 부과 됐던 2천원의 수수료가 2월초 다시 이씨의 통장에 입금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1월 두 차례에 걸쳐 농협 국회지점에서 자동화 기기를 통해 5만원을 인출 했던 이아무개씨 통장.인출 당시 부과 됐던 2천원의 수수료가 2월초 다시 이씨의 통장에 입금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국회·정부청사내 농협 ATM기 각종 수수료 면제
“부당한 특혜 지적”불구 ‘그대로’
은행들이 현금 출금, 타행 송금, 이체 등 각종 서비스를 유료화하고 수수료를 높이면서 은행 서비스를 이용하는 서민들의 수수료 부담이 높아져가고 있어 은행 수수료 절약에 대한 관심이 높다. 급여를 이체하거나 거액의 예금을 예치한 ‘우수고객’에게 수수료 할인·면제 혜택이 주어지는 은행도 있지만, 서민들이 은행으로부터 ‘수수료 면제’ 혜택을 받을 만큼 ‘충성도’를 인정받기란 여간 만만한 일이 아니다. 이곳저곳 다른 은행 계좌로 송금할 일이 많은 경우엔, 수수료 부담이 적지 않다. 그런데, 거래기관이나 예치 금액에 관계없이 누구나 수수료를 면제(실제로는 환급)받을 수 있는 ‘특별한 자동입출금기(ATM)’가 있다.

“수수료 2천원 되돌려드립니다. 농협” 에 깜짝 놀란 이아무개씨

“신기한 일입니다. 금융기관에서 저에게 수수료를 다시 입금시켜주었어요”
지난 2일 이아무개(38)씨는 통장 정리 내역을 보고 깜짝 놀랐다.
“농협 국회 지점에서 지난 1월 두번에 걸쳐 5만원을 인출했어요. 당시 수수료로 2천원을 따로 뗐는데, 나중에 통장정리를 해 보니 수수료가 다시 제 통장에 입금돼 있더라고요.”

지난달 12일과 16일 농협 국회 지점에서 하나은행 현금카드로 2만원, 3만원을 찾으면서 2천원(각각 1천원)의 수수료를 냈는데 2월1일 이씨의 통장에는 농협 이름으로 2000원이 입금돼 있었다.

이씨가 돌려받은 수수료의 비밀은 현금입출금기의 ‘특별한 위치’에 있었다. 농협이 국회와 정부청사(세종로·대전·과천)에 설치된 자동입출금기(ATM) 수수료를 면제해 주고 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이들 장소에 설치된 ATM기를 이용하면 당행과 타행 구분 없이 이용 수수료(1천원)가 면제되고, 은행 영업시간 이후에도 수수료가 부가되지 않는다. 수수료 면제 혜택은 다른 은행 현금카드로 돈을 찾거나 계좌이체, 영업시간 이후 입출금하는 하는 사용자들에게 부가된 수수료를 매달 영업개시일에 맞춰 사용자 통장으로 되돌려 주는 방식이다. 국회(본청·도서관·의원회관)는 2004년 12월부터, 정부청사는 지점마다 차이가 있지만 1982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에 대해 농협중앙회쪽은 “국회나 정부청사 지점의 경우 외부인의 출입이 자유롭지 않은 반면 공무원들은 급여이체 등을 통해 전속거래를 하거나 우량고객인 경우가 많아 농협만의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으로 채택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와 정부청사에 위치한 농협의 현금입출금기가 특정 이용자에게 수수료 면제 혜택을 주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 농협쪽은 “다른 은행이 우수고객이나 급여이체 고객에게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것과 같은 이치”라며 “이에 대해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억울하다”고 말했다.

농협 “국회의원 아니라 누구나 청사내 기기 이용하면 혜택”

농협의 이런 수수료 면제 문제는 전에도 언론 보도와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바 있다. 그러나 농협은 현재까지 수수료 특혜를 시정하지 않고 있다. 농협 관계자는 “특혜가 아니며, 우수고객을 관리하기 위한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의 하나이기 때문에 이 서비스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농협중앙회의 한 관계자는 “일반 은행도 우수고객을 관리하기 위한 나름의 영업전략이 있듯이 수수료 환불도 각 지점 차원에서 실시되고 있는 영업전략의 하나이지 특혜는 아니다”며 “공무원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청사내 ATM을 이용하면 수수료가 환불된다”고 해명했다.

농협중앙회 국회 지점 관계자도 “수수료 면제는 국회의원에 대한 혜택으로 볼 것이 아니라 입출입이 자유롭지 않은 국회 안 상주자의 편의를 봐주기 위해 영업전략의 하나로 서비스하고 있는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국회의원들의 농협 이용률이 많지 않고, 사실상 농협만 국회 안에 입점해 있으니 편의를 봐줄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나 국회와 정부청사에 입점한 은행이 농협 한 곳이고 굳이 국회의원과 공무원에게 이런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독점적 지위를 받은 은행이 (보상 차원에서) 그 혜택을 국회의원과 공무원 등 특정계층에게 나눠주고 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다른 은행의 경우 일부 금융상품을 이용하는 우량 고객에 한해 한시적으로 프로모션 차원에서 ATM 수수료 면제해 주거나 최근에서야 급여통장 이체시 수수료를 면제하고 있지만 농협처럼 수십년간 특정 직군의 고객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는 거의 없었다.

이씨는 “농협의 우량고객도 아니고, 농협 통장도 없는데 국회 안에서 돈을 찾았다는 이유 만으로 혜택을 받아 무임승차한 기분이어서 기분은 좋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찜찜하다”며 “운이 좋아 나처럼 특혜(?)을 받는 사람도 있겠지만 사실상 국회의원이나 보좌관, 사무처 직원들이 수혜자가 되는 것 아니냐. 불공평한 것 같다”고 말했다.

농민단체 “농협에서 정작 혜택 받아야 할 대상은 농민 아닌가? ”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한민수 정책조정실 차장도 “농민의 피와 땀으로 만든 농협이 국회의원과 공무원에게만 수수료를 면제해 주는 것은 설립목적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정작 혜택을 받아야 할 농민들은 수수료 부담뿐 아니라 연체문제나 연대보증인 문제가 터져도 농협으로부터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지난해 국감 당시 한나라당 박승환 의원은 농협 국감에서 “농협이 국회 및 3개 정부청사의 자동화기기 이용 수수료를 면제해 연간 2억원 가량의 수수료를 면제해 줬다”며 “농협은 정부기관 내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영업전략으로 면제 혜택을 줘 왔다”며 수수료 특혜를 당장 철폐하라고 주장한 바 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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