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상승에 휘발윳값이 계속 오르고 있다. 서울 시내 한 주유소 앞에 휘발유 가격이 게시돼 있다. 연합뉴스
올해 상반기 자산시장에서는 원자재와 주식 등 위험자산이 강세를 보였다. 특히 원자재는 지난 10년의 침체기를 뒤로 하고 급반등해 슈퍼 사이클 진입 여부를 놓고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반면 안전자산인 금과 채권은 마이너스 수익을 나타냈다.
29일 <블룸버그> 자료를 보면, 원자재가격지수(CRB)는 올 들어 25.7% 상승했다. 경제활동 재개에 따라 원유가 선두에 섰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72.91달러로 지난해말(48.52달러) 대비 50.3% 급등했다. 제조업 경기에 민감한 구리는 20% 올라 지난해(25.8%)에 이어 상승세를 이어갔다. 구리 가격은 지난달 톤당 1만달러를 돌파한 이후 중국 정부의 가격 통제 등으로 현재는 9400달러에서 숨을 고르고 있다.
반면 안전자산으로 여기는 금 값은 상반기에 6.1% 하락했다. 지난해 8월 트로이온스당 2050달러를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던 금은 최근 시장금리가 상승하자 1780달러선으로 밀려났다. 대표 안전자산인 미 국채 가격(10년물)도 인플레이션 우려로 4.3% 떨어졌고 세계채권지수는 3.1% 하락했다. 안전통화인 미 달러만 체면을 세웠다. 주요 6개통화와 견준 달러 가치(달러인덱스)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조기긴축 신호가 나오면서 2.2% 상승으로 돌아섰다.
올해 자산시장에 본격 진입한 암호화폐(가상자산) 가격은 대체로 올랐다. 코인데스크 시세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3만4486달러(약 3898만원)로 지난해말(2만8769달러)보다 19.9% 상승했다. 올해 고점(6만4801달러)과 저점(2만7917달러)의 격차는 132%로 엄청난 변동성을 보였다. 국내 업비트 시세로는 24.7% 올랐다.
세계 증시는 올 상반기에 평균 11.7% 올랐다. 모건스탠리캐피탈(MSCI) 주가지수를 보면 선진국 상승률(12.5%)이 신흥국(6.9%)보다 높았다. 주요국 중 으뜸은 베트남 증시로 27.4% 올랐다. 코스피 상승률은 14.9%로 미국(S&P500 14.2%), 유럽(유로스톡스50 15.1%)과 엇비슷했다.
개인 투자자는 국내외 증시에서 대형주를 많이 사들였지만 수익률은 지수에 못미쳤다. 코스피 순매수 1위인 삼성전자(23조7505억원)의 개인 평균 순매수 단가는 8만3417원인데 29일 종가(8만1000원)는 이보다 2.9% 낮다. 순매수 2위 에스케이(SK)하이닉스에서도 2% 손실을 보고 있다. 반면 순매수 4위 카카오는 25.8%, 10위 네이버는 9.6%의 수익을 안겨주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이 상반기에 가장 많이 산 해외주식은 테슬라로, 17억1595만달러(1조9395억원)를 순매수했다. 애플(8억187만달러)이 그 뒤를 이었다. 테슬라 주가는 연초 대비 2.4% 떨어졌고 애플은 1.6% 상승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주식시장이 이어달리기처럼 순환매 장세를 보인 영향으로 분석한다. 인플레 우려로 시장금리가 오르면 성장주 주가가 하락하고, 반대로 금리가 내리면 경기둔화 우려로 경기민감주가 부진했다. 지수는 연일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애플과 삼성전자 등 ‘거인’들은 잠들어 있다. 하반기에 누가 바톤을 이어받을지 주목된다.
한광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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