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대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과 ‘빚투’(과도한 빚을 내 투자)가 경제적 불평등 확대에 따른 일종의 자구책으로 이해될 수 있으나, 금리가 상승세로 전환되고 자산가격이 조정을 받게 될 경우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왔다.
보험연구원 윤성훈 선임연구위원은 20일 ‘경제적 불평등과 빚투, 금융위기’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미국의 경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이전까지 소득 불평등이 지속적으로 악화하는 가운데 가계대출이 증가하고 주택가격도 크게 상승한 바 있다”며 “우리나라의 현재 상황에도 시사점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윤 연구위원은 라구람 라잔 미국 시카고대 교수 등은 사람들이 경제적 불평등 악화에도 사회적 지위(소비 수준)를 유지하고자 대출수요를 늘리는데, 정부가 소득 불평등을 축소하려고 하기보다는 금융완화 등을 통해 이에 포퓰리즘적으로 대응해 대출공급을 늘려주면 가계대출이 과도하게 증가하고 주택가격 거품이 유발되어 금융위기가 초래될 수 있다는 가설을 제시했다고 소개했다. 예를 들어,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소득 불평등 악화가 사회적 이슈로 제기되자 2004년 저소득층의 주택 소유가 가능한 ‘주택소유사회’(오너십 소사이어티)를 제창하고, 저소득층에 대한 대출을 늘리기 위해 정책금융기관의 저소득층 지원 의무를 강화했다. 아울러 여기에 금융규제도 완화돼 투자은행의 대출여력이 확대됨에 따라 가계부채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주택가격에 거품이 형성된 바 있다.
이에 반해 경제적 불평등 악화가 가계부채를 증가시킨 것은 아니며, 가계부채 확대와 금융위기는 금리 변동에 따른 신용사이클 현상이라는 주장도 있다고 윤 연구위원은 소개했다. 저금리 장기화로 가계부채가 과도하게 확대된 상태에서 금리가 상승하면 금융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윤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경제적 불평등과 가계부채 상황을 고려할 때, 두 주장 모두 가계대출 증가세를 억제해야 한다는 시사점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의 경우 소득(시장소득 기준) 불평등은 2015년 이후, 자산 불평등은 2017년 이후 개선되지 않고 있으며, 20~30대의 고용 상황 역시 나아지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이들을 중심으로 대출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나, 글로벌 금융위기 경험을 고려할 때 대출 기준 등을 완화하는 정책은 매우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수준이 금융위기의 임계치(85%)를 초과한 90%에 달했고, 실물경제와 자산가격 간의 불균형도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금리 상승에 대비해 가계부채 증가세를 억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20~30대의 영끌과 빚투는 소득·자산 등 경제적 불평등 확대에 따른 일종의 자구책으로 이해될 수 있으나, 금리가 상승세로 전환되고 자산가격이 조정을 받게 될 경우 20대 및 30대 위주로 확대된 가계대출이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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