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1 대한민국 비대면산업 박람회’(온택트 페어 2021)에서 한 참석자가 이에스지(ESG) 경영 성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 거버넌스위원회’, ‘현대차 지속가능경영위원회’, ‘에스케이 ESG 위원회’, ‘엘지 ESG 위원회’. 이름은 약간씩 다르지만, ‘환경을 보호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지배구조를 개선한다’는 이에스지(ESG) 경영 흐름을 반영한 전담 조직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자산 순위 30대 그룹의 공시 자료를 조사해 11일 내놓은 자료를 보면, 이에스지 전담 위원회를 둔 곳은 16개 그룹 51개사에 이른다. 위원회 구성원은 모두 207명에 이르며, 교수·60대·남성이 다수다. 위원의 주요 경력으로 교수직은 40.1%(83명)로 파악됐다. 이어 기업인(33.3%), 장·차관급 고위공직자(11.6%), 법조인(8.7%) 순이었다. 교수직을 수행한 학교는 서울대(22명), 고려대(15명), 연세대(7명)가 주를 이뤘다. 교수 전공 분야는 경영학(35명), 법학(12명), 공학(12명), 경제학(11명) 순이었다.
위원들의 연령대는 60대 50.2%, 50대 38.2%로 장년층이 88.4%를 차지했다. 최연소 위원은 32세의 박새롬 성신여대 융합보안공학과 교수(카카오)였다. 최고령은 ‘기아 지속가능경영위원회’ 위원인 남상구(76) 가천대 석좌교수로 파악됐다. 위원들의 성별은 남성이 181명(87.4%)으로 압도적 다수를 차지했다. 여성 26명(12.6%)과 비교하면 9대 1의 비율이다. 위원장직을 맡은 여성은 전무했다. 여성 위원 중 50대(14명·53.8%)가 가장 많았고, 교수 위원이 18명(69.2%)이었다.
위원회의 의무와 역할을 명시한 기업은 51개사 중 39개사였다. 공통으로 명시한 권한은 ‘이에스지 전략 계획 수립’과 ‘주주권익 제고 및 보호’였다. 차별화된 사항을 규정한 기업들도 있었다. 한화·포스코는 ‘환경’을 강조했고, 현대중공업·카카오는 ‘회사 내부의 이에스지 역량 강화’를 규정했다. 에스케이그룹은 위원회가 ‘이에스지 경영뿐만 아니라 그룹 전반의 주요 경영전략 사항도 검토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이에스지 평가 기관인 서스틴베스트의 류영재 대표는 “이에스지 경영을 위해선 전담 기구를 두는 것보다, 이사회가 모든 의사결정을 할 때 이에스지 ‘앵글’(각도)로 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담 조직에 대해 “이에스지 ‘워싱’(홍보성 분칠하기)으로 보이는 측면도 있다”고도 그는 덧붙였다. 류 대표는 “별도 이에스지 위원회를 기왕 두려면 해당 분야에서 경험을 쌓고 전문성을 갖춘 이들을 포진시켜야 할 텐데 대개는 사외이사들을 위원으로 참여시키고 있는 현실”이라며 “위원들 모두 이에스지와 무관하다고까지 말할 순 없어도 상당수는 (이에스지와 반대 흐름인) ‘개발경제’ 패러다임을 갖고 있는 것으로 비친다”고 강조했다. 김영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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