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비교에서 한국의 가계·기업 부채 증가 속도가 매우 빠른 편에 든다는 분석 결과가 제시됐다. 특히 가계 쪽의 빚 부담이 크게 늘어 다른 나라들에 견줘 위기에 훨씬 취약한 상태인 것으로 분석됐다.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국제결제은행(BIS),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로 민간 부채 흐름을 분석해 10일 내놓은 결과를 보면, 국내총생산(GDP)에 견준 가계 부채 비중은 2016년말 87.3%에서 103.8%로 16.5%포인트 뛰었다. 같은 기간 국제결제은행 통계에 잡힌 43개국 평균 증가 폭 11.2%포인트보다 컸다. 주요 5개국(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평균 증가 폭은 6.4%포인트였다.
한국의 기업 부채는 국내총생산 대비 2016년말 94.4%에서 2020년말 111.1%로 16.7%포인트 높아졌다. 같은 기간 43개국은 평균 18.0%포인트, 주요 5개국은 14.9%포인트 증가했다고 한경연은 밝혔다.
한경연은 소득에 견줘 부채 수준을 평가하는 대표 지표인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비율’(DTI)과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비율’(DSR)을 주요 5개국과 비교해봤을 때 우리나라 가계 부채는 소득보다 빠르게 불어나 상환 능력이 취약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2015~2019년 사이 국내 가계 디티아이는 28.3%포인트(162.3%→190.6%) 늘어 주요 5개국 평균 증가 폭(1.4%포인트)보다 훨씬 컸다. 가계 디에스아르 증가 폭은 1.6%포인트였다. 같은 기간 주요 5개국은 0.2%포인트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기업의 디에스아르 비율은 39.7%로 주요 5개국 평균(42.7%)보다 낮았다. 2016~2020년 기업 디에스아르 증가 폭 역시 한국은 3.7%포인트로 주요 5개국(6.6%포인트)보다 낮았다. 기업의 부채상환 능력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셈이다.
한경연은 “우리나라 가계의 자산은 부동산에 편중돼 있어 유동성 위기에 취약하고 특히 적자 가구가 많아 금리 인상 때 저소득층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경연이 인용한 ‘크레딧 스위스’ 자료를 보면 한국 가계의 2019년 기준 비금융자산(부동산 등) 비중은 63.0%에 이른다. 주요 5개국 평균 46.2%에 견줘 훨씬 높다.
기업 부문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이지만, 한계기업 비중이 높아 금리 인상 때 영세 기업들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한경연은 분석했다. 에스앤피(S&P)의 2020년 기준 자료에서 외부감사 대상인 자산총액 500억원 이상 기업(비금융업) 중 한계기업(3년 연속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충당하지 못하는 기업) 비중은 한국 18.0%, 주요 5개국 평균 11.0%라고 한경연은 전했다. 한경연은 “기업 경쟁력 향상으로 이윤 창출과 부채상환 능력을 높이고, 고용 및 임금 지급 여력을 확충하는 것이 민간 부채 감축의 근원적 대책”이라고 밝혔다.
김영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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