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5월 수출 실적(통관기준 잠정치)’에서 갖가지 기록이 쏟아졌다. 수출액 507억3천만달러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45.6% 늘어난 수준으로, 1988년 8월(52.6%) 이후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4월(41.2%)에 이어 사상 첫 두 달 연속 40%대 증가율이며, 5월 수출액 기준으로는 역대 1위 기록이다.
코로나19로 지난해 5월 수출이 큰 폭(-23.7%)으로 감소한 데 따라 반사적으로 돋보이는 기저효과에 더해 세계적인 경기 회복세를 타고 주력 품목과 수출 시장이 고르게 활기를 띤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5월 실적에서 두드러져 보이는 대목은 일평균 수출액이다. 수출에 의존하는 정도가 큰 한국 경제에서 일평균 수출은 전반적인 경기 흐름을 판단하는 데 유력한 잣대다. 5월엔 조업 일수가 직전 두 달에 견줘 3일 적었음에도 3개월 연속 500억달러 돌파 기록을 이어가며 일평균으로는 24억2천만달러 실적을 거뒀다. 2018년 9월(26억달러) 이후 최대치다.
이는 1~5월 누적 실적과 맞물려 기저효과를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들어 5월까지 누적 총수출액은 2484억달러, 일평균으로는 22억4천만달러다. 모두 역대 1위이다. 연간 수출액이 유일하게 6천억달러를 넘었던 2018년(1~5월 총수출 2456억달러, 일평균 22억달러)을 웃도는 흐름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최근 글로벌 경기 업턴(상승 반전)과 세계 교역량이 확대되는 가운데 우리는 제조업의 높은 경쟁력을 바탕으로 다른 나라보다 더 높은 복원력을 보이고 있다”며 “코로나19 기저요인을 훌쩍 뛰어넘는 호조세”라고 평가했다. 산업부도 “기저효과와 무관하게 수출이 선전하고 있다”라고 풀이했다.
품목, 지역 구분 없이 고루 수출이 증가한 점도 주목된다. 15대 주력 품목 가운데 14개의 수출액이 늘었고, 이 중 12개 품목은 두 자릿수 이상 증가율을 나타냈다. 반도체(24.5%)는 11개월 연속 증가하며 2018년 이후 처음으로 100억달러를 넘어섰다. 자동차 수출은 93.7% 늘어 14년 8개월 만에 최대 증가율을 보였다. 석유화학(94.9%), 석유제품(164.1%)도 기록적인 증가율을 기록했다. 15대 주력 품목 중 선박이 유일하게 수출이 감소했다. 이는 2∼3년 전 부진한 수주 실적에 따른 것이어서 올해 수출 흐름과는 관련이 적다고 산업부는 분석했다.
지역별로는 중국(22.7%), 미국(62.8%), 유럽연합(EU·62.8%), 아세안(64.3%), 일본(32.1%), 중남미(119.3%), 인도(152.1%), 중동(4.6%), 시아이에스(CIS·36.5%) 등 9대 지역에서 모두 증가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기저효과를 빼고 보면 (코로나) 백신 보급이 확대되고 주요 국가들의 경제 사정이 좋아지고 있어 수출 실적이 좋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시간이 갈수록 증가율은 낮아지겠지만 (수출 호조세는) 별문제 없이 이어지고 내수 쪽에도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부 쪽은 “최근 반도체 장비 수입은 2017∼2018년 슈퍼 사이클을 넘어서는 수준”이라며 “반도체 장비 수입이 6개월가량 반도체 수출을 선행하는 경향을 볼 때 이후에도 반도체 수출 호조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물론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움직임, 물류 차질 같은 위험 요인은 남아 있다.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12대 수출 주력 업종 150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 이날 내놓은 결과를 보면, 하반기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응답 기업 전망 평균값)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했고, 응답 기업의 절반 이상(55.2%)은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코로나19) 지속에 따른 세계 교역 위축’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컸다. 한국은행은 최근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하반기 수출 증가율이 4.0%에 이를 것으로 제시한 바 있다.
5월 수입은 작년 같은 달보다 37.9% 늘어난 478억1천만달러를 기록했다. 무역수지는 29억3천만달러로 13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김영배 선임기자
kimyb@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