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 곳곳에 깊은 상흔을 남긴 코로나19가 청소년의 삶은 보다 다층적으로 바꾼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한 해 동안 청소년들의 학교생활·사회에 대한 신뢰·진로와 취업에 대한 전망·친구 관계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쳤지만, 가족관계에는 긍정적 변화도 있었다. 사교육 참여율은 줄었고 평일에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여가시간도 늘었지만 학업 스트레스는 늘었다.
통계청이 25일 발표한 ‘2021 청소년 통계’를 보면, 올해 9∼24살 청소년 인구는 830만6천명으로 총인구의 16%를 차지한다. 10년 전인 2010년보다 총인구는 226만8천명 늘었지만, 청소년 인구는 206만4천명이나 줄었다. 청소년 인구 비중은 올해 16%에서 2040년에 10%대로 내려앉을 것으로 전망됐다.
코로나19가 퍼진 2020년은 청소년의 일상에도 큰 변화를 일으켰다. 여성가족부에서 9∼24살 청소년을 대상으로 실시한 ‘청소년 종합실태조사’ 결과, 청소년 48.4%는 코로나19로 인해 학교생활이 부정적으로 바뀌었다고 응답했다. 사회에 대한 신뢰(43.7%), 진로·취업에 대한 전망(41.6%), 친구관계(26.6%) 역시 부정적 변화가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가족관계에서는 22.1%가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다고 응답해 부정적 응답(9.6%)보다 많았다.
2020년 초·중·고등학생 사교육 참여율은 66.5%로 1년 전보다 7.8%포인트 줄었다. 고등학생의 경우 사교육 참여율이 전년도와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초·중학생을 중심으로 큰 폭으로 줄어든 결과다. 초(4∼6학년)·중·고등학생이 평일에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여가시간도 전반적으로 늘었다. 여가시간이 3시간 이상인 학생은 2018년에는 55.9%, 2019년에는 56.7%였는데 지난해 이 비중이 70.4%까지 높아졌다.
사교육 참여율이 줄고 여가시간은 늘어났지만, 청소년의 학업 스트레스는 증가했다. 청소년의 46%는 코로나19로 인해 학업 스트레스가 증가했다고 응답했다. 특히 13∼18살에서 학업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비중이 48.2%로 가장 높았다.
청소년이 생각하는 ‘우리 사회 가장 큰 불안요인’도 2018년에는 ‘범죄발생’(30.1%)이었는데 2020년에는 ‘신종질병’(32.2%)이 1위를 차지했다. 다만 여학생의 경우 2020년에도 여전히 범죄발생(32.3%)을 신종질병(32.9%)과 비슷한 수준으로 큰 불안요인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학생은 신종질병(31.4%)에 이어 경제적 위험(12.8%)과 국가 안보(12.7%)를 불안요인으로 꼽았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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