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찬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전 세계적인 증세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책연구원장인 김유찬 조세재정연구원장이 “다가오는 2022년 대선 이후 한국의 경제는 증세가 필요한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며 “대선주자들은 세금을 공약에 포함해 국민들 판단에 맡길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최근 증세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보니, 이번 대선에서만큼은 ‘정공법’을 쓸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유찬 원장은 24일 재정포럼 5월호 권두칼럼에서 “세금부담은 대체로 국민들에게 수용되기 힘들다는 점에서 어려움이 있지만, 최근 세금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국민들에게 점차 확산되고 있고 일부 여론조사들에서 근거도 나타나고 있다”며 “대선주자들은 세금을 더 이상 기피공약으로 취급해서는 안 될 것이다. 어차피 해야 한다면 드러내어 공약에 자신 있게 포함하고 국민들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주요 대선 주자들은 각자 복지 확대 방안 등을 내놓고 있고 막대한 재정이 필요한 사업도 적지 않지만, 뚜렷하게 증세 계획을 밝히는 이는 아직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김 원장은 “자산 및 자산소득에 대한 과세 강화는 피할 수 없는 사회적 요구”라며 부동산 과세, 주식 양도차익 과세, 상속·증여세 등 인상도 강조했다. 김 원장은 “부동산에 대한 과세는 과세의 공평성 측면뿐 아니라 부동산시장 안정화의 측면에서도 국민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정책”이라며 “시장 안정화를 위해 보유세 실효세율을 점진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공시지가 현실화율을 높여가는 것이 가장 적절한 방법”이라고 밝혔다. 김 원장은 상속·증여세에 대해서도 “상속세의 높은 공제규모 때문에 소수의 높은 자산가 외에는 과세되지 않는 문제도 존재한다”며 “상속세 일괄공제의 축소, 금융자산공제 폐지, 신고세액공제 폐지 등을 통해 상속세의 실효세율을 높여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원장은 한국 사회가 국제적 흐름에 맞춰 ‘실효세율 인상’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자국 법인세율 인상을 넘어 21% 세율의 ‘글로벌 최저한세’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한국도 조만간 법인세 인상이 불가피해진다는 취지다. 김 원장은 “자국 기업들만의 경쟁력 약화를 원하지 않는 미국 입장에서 전 세계 경쟁국들에 유사한 정책환경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명목세율 규제는 개별 국가들이 조세지출 확대로 아주 쉽게 회피할 수 있으므로 향후 조세지출의 한도 설정까지 따라올 가능성이 크다. 세계무역기구(WTO)의 반덤핑 규제 수준의 규범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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