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가 청와대에 서한을 보내 수감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명 활동을 벌이고 있다는 영국 매체
<파이낸셜타임스>(FT)의 보도에 대해 암참 쪽은 20일 “서한을 보낸 것은 지난주”라고 확인하며 “정치적인 뜻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암참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에 대한 투자와 관련해 유의미한 대화가 이뤄지려면 최고의 반도체 회사인 삼성 수뇌부가 (이번 정상회담 일정에) 동행해야 함에도 참석하지 못하게 된 상황에 대해 경제적인 차원에서 우려를 표명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서한에 정치적인 뜻은 전혀 없고, 그런 표현도 없다고 이 관계자는 강조했다. 그는 또 “지난주에 청와대 쪽에 레터(서한)를 전달했는데, 어느 부서에 어느 날 도착했는지는 알지 못해 날짜를 특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암참은 한국에서 활동하는 미국 기업들 위주로 꾸려진 이익 단체 성격이며 회원사는 800개 남짓이다. 암참의 서한 발송은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미묘한 시점에 이뤄졌다. 이 부회장 사면 문제가 회담 의제로 거론될 경우 상당한 파장이 일 수밖에 없다.
파이낸셜타임스의 이날 보도에 따르면 암참은 서한에서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 업체인 삼성이 미국 바이든 정부의 노력을 지지하는 데 완전히 참여하지 않으면 미국의 전략적 파트너로서 한국의 지위가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제임스 김 암참 회장은 “삼성에서 가장 중요한 임원(이재용 부회장)의 ‘사면’(pardon)은 미국과 한국에 있어 최선의 경제적 이익일 것”이라고 말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전했다.
암참의 이재용 사면 촉구는 문 대통령의 미국 방문 일정에 맞춰 나왔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오는 21일(미국 현지 시각)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벌일 예정으로 19일 출국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으로 글로벌 반도체 부족이 심해지면서 자동차뿐 아니라 전 산업으로 그 여파가 미치면서 미국의 반도체 자립은 중요한 정치적, 경제적 현안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정농단 사건’에 휘말려 수감 생활을 하고 있는 이 부회장의 사면을 두고는 경제단체와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찬반 논란이 벌어지고 있으며,
국내 정치권 전반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엇갈린 견해가 나오고 있다.
이 부회장 사면론을 제기해온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또 <한국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반도체와 백신 부분에서 미국의 요청이 있고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사면도 긍정적으로 검토했으면 좋겠다”며 “민주당 내에서 (사면) 찬반이 팽팽하다”고 말했다. 반면,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부정적인 뜻을 밝혔다. 윤 의원은 이날 <문화방송>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인식이 너무 강한데, 이번 기회에 돈 많은 사람들은 죗값을 덜 받는다는 인식을 깨보는 것이 삼성과 대한민국 전체를 봐도 필요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백신 관련 역할론에 대해선 “이 부회장이 백신과 관련해 ‘로봇 태권브이’ 같은데, 백신은 그런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김영배 선임기자 심우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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