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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한국 경제력 집중도 최하위 수준”…전경련의 ‘낯선 주장’

등록 2021-05-20 11:44수정 2021-05-21 02:45

전경련 ‘대기업 경제력 집중 비교’ 보고서
서울 여의도에 있는 전경련 회관. 전경련 제공
서울 여의도에 있는 전경련 회관. 전경련 제공

‘한국의 대기업 경제력 집중도는 주요국 중 최하위 수준이고 100대 기업의 자산 비중은 줄고 있다. 규제 일변도의 대기업 정책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0일 세 쪽짜리 짤막한 보고서를 통해 주장한 내용 중 뒷부분의 정책 제안은 그렇다 쳐도 앞 대목의 사실관계는 매우 낯설게 다가온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를 중심으로 한국 사회 전반의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는 여러 통계와 상식을 뒤집는 내용이다. 실상을 제대로 반영해 잘못된 통설을 교정하고 있는 것일까?

통계상 한계점 두 가지가 눈에 띈다. 국가 간 비교에서 사용한 자료 중 분모·분자의 성질이 다른 점이 그 하나다. 전경련은 2019년 기준 국부(‘부채’를 뺀 국민순자산)에 견준 상위 100대 기업의 자산총액(‘부채’ 포함)을 따졌을 때 한국은 17.7%로 비교 대상 5개국 중 최하위라고 밝혔다. 영국은 44.9%, 독일 27.7%, 프랑스 23.1%, 이탈리아 19.5%로 분석돼 있다.

분모에 해당하는 국가 쪽 통계는 순자산 개념이어서 공공·민간 부채가 많은 유럽 지역 나라들의 기업 자산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났을 개연성이 높다. 기업 쪽 자료로는 부채를 포함한 총자산 개념을 쓴 데 대해 보고서 작성을 이끈 유정주 기업제도팀장은 “자료의 접근성” 문제를 들었다. 별도 가공절차 없이 제공받을 수 있는 각국 기업의 순자산 자료는 따로 없다는 뜻이다. 유 팀장은 “국가별 비교에서 대개는 (분모로) 지디피(GDP·국내총생산)를 쓰는 데 이번은 스톡(쌓여 있는 저량) 개념인 자산 대 자산을 비교한 방식이라 더 유효하다고 본다”며 “트렌드(흐름)를 봐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의 비중이 다른 나라보다 낮을 뿐 아니라 2010년에 견줘 떨어지는 추세라는 설명이다.

전체 기업에 견준 대기업 수 비중이 0.0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4개국 중 33위라고 주장한 대목에 통계상의 두 번째 맹점이 들어 있다. 한국은 ‘300인 이상 사업체’ 기준이고, 나머지 나라들은 ‘250인 이상 기업체’를 기준으로 삼았다고 보고서에 적혀 있다.

유정주 팀장은 “오이시디에서 국가별 통계를 취합해 공개한 것을 사용한 것”이라며 “한국과 달리 다른 나라들은 대개 250인 이상을 기준으로 삼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김우찬 경제개혁연대 소장(고려대 교수)은 “적절한 비교 통계가 없어서 그랬을 것으로 짐작은 되지만, 너무 차별적인 기준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보고서에 들어 있는 통계상 한계를 국가별 비교에선 불가피한 난점이라고만 보아 넘기기 어려운 까닭이 있다. 경제력 집중도가 낮을 뿐 아니라 떨어지고 있어 대기업 정책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연결짓고 있다는 점에서다. 개별 기업을 기준으로 삼은 보고서인 데다 통계상 맹점까지 띠고 있는 터에 (개별 기업이 아닌) 대기업 집단(재벌 그룹)을 중심으로 하는 국내 재벌 정책의 개편 주장으로 몰고 간 것은 무리수로 여겨진다.

보고서에서 정작 더 눈길을 끈 것은 국가별 비교보다 국내 기업 내에서 상위 기업의 비중이 줄고 있다고 분석한 대목이다. 한국은행 기업경영분석 자료를 바탕으로 한 분석 결과를 보면, 전체 기업 자산총액에서 100대 기업의 비중은 1985년 47.5%에서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 31.4%까지 떨어진 뒤 등락하다가 2019년 31.6%로 하락했다고 전경련은 밝혔다. 이를 곧바로 경제력 집중도 하락으로 단정 짓기는 어려워도 기업 간 격차가 심해지는 추세라는 상식과는 다른 결과다. 최상위 기업들이 부채를 대폭 줄였기 때문인지, 중하위 신생 업체들이 약진하며 덩치를 불린 결과인지, 또는 다른 이유인지 더 따져봐야할 지점이다.

김영배 선임기자 kim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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