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산 이후 불안증과 우울증 유병률이 2배가량 높아졌다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가 나왔다. 한국은 코로나19 이후 우울감을 느끼거나 우울증이 있는 비중이 36.8%로 조사대상 15개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가 지난 12일 발표한 ‘코로나19 위기가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보면, 코로나19 사태가 시작한 2020년 초반 이후에 세계 각국에서 불안증과 우울증 유병률이 1년 전보다 두 배가량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년간 전 세계적으로 큰 변화를 보이지 않던 정신질환 유병률이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늘어난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경제적 불안이나 실업 등 정신건강의 위험요소는 늘어난 반면에, 이를 상쇄하는 사회적 교류나 고용·교육·운동의 기회 등 일상이 사라진 탓이다.
한국은 코로나19 발생 전 데이터가 없어 코로나19 확산 전후를 비교할 수는 없지만, 2020년 초반 정신질환 유병률은 다른 나라와 견주어 눈에 띄게 높았다. 한국은 불안증세를 보이거나 불안증에 걸린 비율이 29.5%였고, 우울증세를 보이거나 우울증에 걸린 비율은 36.8%로 조사대상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자료.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불안증세를 보이거나 불안증에 걸린 비율은 멕시코(15→50%), 영국(19→39%), 미국(8.2→30.8%), 프랑스(13.5→26.7%) 등에서 크게 늘었다. 우울증세를 보이거나 우울증에 걸린 비율 역시 스웨덴(10.8→30%), 멕시코(3→27.6%), 호주(10.4→27.6%) 등에서 큰 증가세를 보였다. 이번 조사는 경제협력개발기구가 커먼웰스 펀드(common wealth fund) 재단에 의뢰해 지난해 3∼4월 조사한 것으로 나라마다 시기와 방법 상이하다.
정신건강 유병률은 각 나라의 방역 정책의 엄격성과 코로나19 사망자 수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분석됐다. 아울러 고용이 불안정하고 교육 수준이 낮고 소득이 낮을수록 코로나19 위기 동안에 정신적 괴로움에 시달릴 확률도 높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는 “코로나19 이전에는 정신건강 지원이 사회적 복지나 고용, 청년 정책과 큰 연관이 없었지만, 이제는 더욱 강력하고 통합된 정신건강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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