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 시흥 3기 새도시 예정지인 경기 시흥시 과림동 일대를 가로지르는 제2경인고속도로 위로 11일 차량들이 달리고 있다. 시흥/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지역농협 임직원들은 해당 농협에서 대출을 받을 때 ‘임직원 대출’로 분류돼 생활안정자금 등 일정 용도 외에는 대출을 받을 수 없게 돼 있다. 농지를 담보로 한 대출은 내규상 허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제3자 명의로 농지담보대출을 받을 경우 적발이 어려운데다 적발이 돼도 처벌이 약해 사실상 ‘셀프 대출’을 제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농협 임직원들에 대한 대출 제한은 법률상으로 규정된 것은 없다. 농협중앙회가 신용협동조합법과 상호금융업 감독규정의 위임을 받아 내규로 제한하고 있을 뿐이다. 농협중앙회 내규인 ‘상호금융 여수신업무처리준칙’을 보면, 제14조에서 ‘조합은 해당 조합의 임직원을 채무자로 하는 대출을 취급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일부만 예외로 인정한다. 임직원 소유 주택담보대출, 2천만원 이하 소액 생활안정자금대출, 5천만원 이하 주택관련자금대출(생활안정자금대출 포함) 등이 가능한 대출이다. 농지를 담보로 한 대출은 애초에 허용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북시흥농협과 부천축산농협(부천축협) 직원 일부는 이런 제한 규정을 회피하기 위해 가족 등 제3자 명의로 대출을 받아 부동산 투기에 나선 것으로 파악된다. 또한 가족 등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대출을 취급할 때는 직원 본인이 대출심사에서 빠져야 하는 게 원칙이다. 그러나 이들 농협 임직원 중 일부는 가족 명의로 대출을 받으면서도 본인이 심사를 한 것으로 알려진다.
북시흥농협 과림지점 앞 도로 위로 11일 오후 차량들이 달리고 있다. 시흥/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직원들의 이런 행태는 가족 명의로 대출을 받는 경우 적발이 쉽지 않다는 점을 악용한 것으로 보인다. 대출자 명의가 배우자일 경우엔 내부 감사부서에서 유심히 들여다보면 적발될 수도 있으나 부모 등 명의로 돼 있으면 이마저도 어렵다. 금융권 관계자는 “개인정보 보호 규정 때문에 대출을 취급할 때 대부분 본인 정보만 제출받고 가족 정보는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렇게 대출을 받았다가 적발이 돼도 처벌 수준이 매우 약하다. 지역농협에 대한 관리 감독은 1차적으로 농협중앙회 자율규제에 맡겨져 있는데, 중앙회 감사위원회 소속 지역검사국이 2년에 한번씩 검사를 한다. 여기서 적발돼도 임직원 대출 제한 위반에 대한 제재 수위는 대개 ‘주의’에서 ‘견책’에 그쳐 사실상 ‘솜방망이’ 수준이다.
이에 따라 돈이 될 만한 부동산 정보가 있으면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셀프 대출’을 통해 투기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게 금융권 관계자들의 얘기다. 한 상호금융권 관계자는 “내규상 임직원 대출이 제한받고 있어 대부분은 하지 않는데 ‘좋은 정보’가 있으면 이런 셀프 대출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사례는 이전에 다른 지역에서도 적발돼 금융감독당국의 제재를 받은 바 있다. 금융감독원은 2019년 경남 진주남부농협 임직원 3명이 2015년 7월부터 2017년 12월 사이에 가족 명의를 이용해 토지를 담보로 대출 6건을 받은 것을 적발해 제재를 했다. 또 서울 강서농협 임직원 10명이 2003년부터 2017년까지 상가 등을 담보로 11건, 33억여원을 대출받은 사실을 2019년 6월 적발하고, 임원 1명과 직원 11명에 대해 ‘주의’ 조처를 내렸다. 금감원은 지역농협에 대한 감독·제재 권한을 갖고 있으나, 지역농협 숫자가 1000개를 넘는데다 상호금융업(농협·신협·새마을금고) 검사인력이 10여명에 불과해 제대로 감독하기에는 역부족인 실정이다.
또 공직유관단체로 분류되는 농협중앙회의 임직원과 달리, 지역농협은 공공기관이나 공직유관단체에 해당하지 않아 임직원들이 공직자윤리법 적용도 받지 않는다. 엘에이치 사태를 계기로 제정된 이해충돌방지법 적용대상에서도 제외돼 있다. 이에 따라 지역농협 임직원들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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