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4세. 산업연구원이 스핀오프(분사) 방식으로 생겨난 기업 202개사의 실태를 조사해 25일 내놓은 결과에서 나타난 창업자의 창업 당시 평균 나이다. 창업자의 출신을 보면 석·박사(41.6%), 기술·연구 부서(58.4%) 비중이 높아 고학력·기술 중심형으로 창업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맨땅에서 시작하는 게 아니라 기존의 기업에서 갈라져 나오는 방식의 스핀오프 창업은 시장 조기 안착→투자금 회수→재투자로 이어지는 창업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과 창업자의 상생형으로 평가받고 있다. 정부가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을 마련해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배경이다.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운영 중인 이 프로그램에 선정된 창업 기업은 395개사에 이른다.
이번 조사에서 확인한 스핀오프 창업자의 창업 준비 기간은 평균 21.9개월이었다. 창업 당시 대상으로 삼은 제품(기술)의 시장 상황에 대해선 “도입기·성장기“였다는 응답 비율이 81.7%로 높게 나타나 ‘모험 추구형’으로 분석됐다.
창업 의사 결정에 영향을 끼친 요인으로는 직장 경험(86.6%), 학교 교육(3.0%), 가정 교육(2.0%) 순으로 나타났다. 조사를 진행한 양현봉 선임연구위원은 “대기업 중심으로 분사 창업을 활성화하는 분위기와 함께, 스핀오프 창업에 대한 정부 지원이 본격적으로 실시되면서 ‘직장 근무 경험’이 창업 결정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했다.
창업 당시 조달하는 창업자금의 구성은 정부 지원금(35.0%), 은행 융자금(21.4%), 모기업 지원자금(20.1%) 순으로 조사됐다. 엔젤·벤처캐피탈 같은 민간 벤처자금 비중은 8.9%로 비교적 낮았다.
창업 애로사항으로는 ‘판로 확보·안정적 수익에 대한 불안감’(35.6%), ‘창업 성공까지 생활자금 확보’(29.7%), ‘창업자금 확보’(26.2%), ‘실패·재기 두려움’(6.4%) 순으로 높게 꼽혔다. 만점 5점 척도로 스핀오프 창업 지원제도에 대한 인지도를 조사한 결과에선 3.7점으로 낮게 나타났다. 제도 활용도와 만족도 역시 각각 3.8점, 3.7점으로 낮았다. 지원제도 운영·활용에 따른 문제점으로는 ‘정부 창업자금 등 지원제도 부족’(30.7%), ‘제도 운영 모기업에 대한 금융·세제 혜택 미흡’(21.3%), ‘사내벤처·스핀오프 지원제도 신청·활용 절차 복잡’(12.9%) 등을 주로 꼽았다.
양 위원은 “기업발 스핀오프 창업자의 창업 당시 평균 연령이 43.4세로 조사됐다는 점을 감안해 창업 정책의 중점 대상을 연령 제한을 두지 않는 ‘기술 창업’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전환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청년층 위주로 운영해온 창업 교육 프로그램을 대·중소기업 노동자 등으로 넓혀 추진하고, 선순환 창업자금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도록 민간 투자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양 위원은 덧붙였다. 김영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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