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과거 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이 산업현장의 자동화를 부추겨 저숙련 노동자를 로봇으로 대체하고 불평등을 확대해왔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과도하게 로봇 사용을 늘려왔던 한국의 경우 양극화 심화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아이엠에프는 지난 19일 블로그에서 ‘로봇과 불평등에서 팬더믹의 의미’라는 리포트를 통해 “팬더믹 이후에 로봇 도입률(노동자 1000명당 누적 신규 로봇 설비)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특히 감염병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심각하거나 팬더믹이 경제 불황과 연결될 때 자동화 경향은 더욱 짙어졌다. 불황 이후 기업들이 인건비 절감을 위해 구조조정에 나서는 데다, 비대면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로봇 도입을 선호하게 되기 때문이다. 아이엠에프는 팬더믹으로 유발된 불확실성 역시 자동화를 부추긴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로봇 도입이 저숙련 노동자에 더욱 치명적인 타격을 입혀 경제적 양극화를 심화시킨다는 점이다. 아이엠에프는 “고숙련 노동자보다 저숙련 노동자가 로봇으로 대체될 위험이 더 크고, 이는 현존하는 불평등을 강화하는 효과를 낸다”며 “팬더믹이 자동화를 가속화시킨다면 ‘일자리 없는 회복’을 맞이하게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국가별 자료를 살펴보면, 팬더믹으로 인해 지니계수로 측정한 불평등도가 확대됐고 로봇 도입이 빠른 나라일수록 양극화가 더욱 심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특히 로봇 사용이 활발한 나라인 만큼 정책적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국제로봇연맹이 발표한 ‘2020 세계 로봇’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산업용 로봇 밀도(노동자 1만명당 로봇 대수)는 855대(2019년 기준)로 싱가포르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했다. 전 세계 산업용 로봇 밀도 평균(113대)과 견주면 로봇 사용의 수요가 상당히 많은 편이다.
아이엠에프는 “자동화는 불가피하지만, 그것이 소득분배에 미치는 결과는 정책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불평등 완화를 위해 저숙련 노동자들에게 기술 변화에 따른 직업훈련 등을 전 생애에 걸쳐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사회안전망 강화를 포함해 사회적 과제들을 해결할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보고서는 국제로봇연맹이 제공한 40개 국가의 18개 산업 자료를 바탕으로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 에볼라바이러스 등 2000년대 이후 발생한 팬더믹에 따른 자동화 경향을 살폈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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