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재확산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다시 커지면서 500대 기업의 투자가 올해에도 주춤할 전망이다. 다만 매출액 상위 100대 기업은 지난해에 견줘 신규채용을 늘리는 등 대기업일수록 인재 확보를 통한 경쟁력 강화에 힘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2021년 투자계획’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응답 기업의 58%는 투자계획을 아직 수립하지 않았거나 지난해에 비해 투자를 줄일 계획이다. 이번 조사는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가 맡았으며 응답 기업은 100곳이다.
응답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투자계획 미확정 기업이 28%, 투자계획이 없는 기업 20%, 지난해보다 투자를 줄일 기업이 10%다.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투자계획을 밝힌 기업(21%)과 투자를 더 늘리겠다는 기업(21%) 등은 40% 남짓에 머물렀다.
이는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휩쓴 지난해부터 시작된 국내 기업들의 투자 위축 현상이 올해에도 이어진다는 얘기다. 실제 한경연이 매출 기준 500대 기업의 2019~2020년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2019년 대비 지난해 투자가 감소한 기업은 274곳(54.8%)으로 절반을 웃돌았다. 투자가 늘어난 기업은 226곳(45.2%)이다. 기업들은 올해에도 투자를 늘리지 않는 주요 이유로 △코로나 재확산 등 경제 불확실성(49.3%) △주요 프로젝트 종료(21.5%) △경영악화로 인한 투자 여력 부족(15.2%) 등을 꼽았다.
다만, 올해 전체 투자액은 삼성전자 등 일부 공격적인 투자를 실행하고 있는 대기업 움직임에 따라 늘 수도 있다. 지난해 투자를 줄인 기업 수가 더 많았음에도 삼성전자가 투자를 크게 늘리면서 전체 투자액은 2019년 76조8천억원에서 82조4천억원으로 7.3% 증가했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나머지 기업들만 놓고 보면, 2019년 56조7조원에서 지난해 53조2천억원으로 6.2% 줄었다. 코로나19 속에 일부 대기업만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투자를 강화한 반면, 대다수 기업은 여기에 발맞추지 못했던 셈이다.
매출 상위 기업들은 신규채용을 확대할 예정이라는 조사도 이날 나왔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이날 공개한 ‘매출 100대 기업 재택근무 현황 및 신규채용 계획 조사’를 보면, 응답 기업의 83.6%가 신규채용을 지난해와 비슷(55.7%)하게 하거나 지난해에 보다 늘릴 것(27.9%)이라고 대답했다. 지난해보다 줄인다고 응답한 기업은 16.4%에 그쳤다. 하상우 경총 경제조사본부장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고용이 크게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주요 기업들은 인재 확보를 통한 경쟁력 강화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위해 채용을 유지하거나 늘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