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사옥 신관 로비. 한국거래소 제공
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지난 한해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 회사들의 매출이 전년에 견줘 뒷걸음질 친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이익, 순이익은 각각 3%대, 18%대로 늘어 내실 면에서 선방한 모습이지만, 삼성전자를 뺀 영업이익은 감소세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반감된다.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사협의회가 4일 내놓은 2020년 12월 결산 상장사 실적 자료(연결 기준)를 보면, 코스피 597개사(금융업 등 제외)의 매출은 1961조763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2036조5178억원에 견줘 3.7% 줄었다. 영업이익은 2019년 104조750억원에서 지난해 107조4072억원으로 3.2%, 순이익은 53조7039억원에서 63조4533억원으로 18.15% 늘었다.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2019년 5.11%에서 작년 5.48%로 올랐다. 양은 줄고 질은 좋아진 셈이다.
삼성전자(매출 비중 12.08%)를 빼고 계산하면 매출 감소 폭은 더 커지고, 영업이익은 감소세로 돌아선다. 삼성전자 제외 매출은 2019년 1806조1169억원에서 지난해 1724조2693억원으로 4.53% 줄었다. 영업이익은 76조3064억원에서 71조4133억원으로 6.4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순이익 증가 폭은 15.89%(2019년 31조9650억원, 2020년 37조455억원)로 줄어든다.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2019년 4.22%에서 2020년 4.14%로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경제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압도적 비중을 재확인시켜주는 결과인 동시에 상장사 전반적으로는 전년에 견줘 질적 개선을 이루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업종별 매출 실적을 보면, 의약품(13.48%), 의료정밀(11.01%), 음식료품(5.94%), 전기전자(4.32%), 통신업(2.71%) 등 5개 분야에서 증가했고, 운수창고업(-16.40%), 화학(-12.28%), 철강금속(-8.22%) 등 12개 업종은 줄었다. 순이익은 음식료품(132.79%), 의료정밀(120.23%), 의약품(61.90%) 등 7개 업종에서 늘었고, 기계(-93.19%), 화학(-59.36%), 운수장비(-57.55%) 등 8개 업종은 감소했다. 분석 대상 기업 597개사 중 연결 기준으로 418개사(70.02%)가 당기순이익 흑자, 179개사(29.98%)가 적자를 기록했다. 금융업 42개사(연결 기준)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전년에 견줘 각각 11.80%, 8.40% 늘었다.
거래소와 코스닥협회가 집계한 코스닥시장 상장 1003개사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197조1403억원으로 전년 대비 3.44% 늘었다. 영업이익은 12.1%, 순이익은 3.97% 증가했다.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5.77%로 전년(5.32%)보다 0.45%포인트 상승했다. 코스닥협회는 “코로나19 사태에도 코스닥 상장기업의 실적은 전반적으로 개선됐으며 특히 수익성 지표가 향상됐다”며 “언택트(비대면) 위주의 업종이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제3시장인 코넥스 상장 31개사의 연결기준 매출은 2019년 1조1624억원에서 작년 1조3350억원으로 14.8% 늘었다. 영업이익은 적자(-295억원)에서 흑자(374억원)로 돌아섰다. 순이익은 여전히 적자(-27억원)였지만, 2019년(-571억원)보다는 대폭 줄었다. 김영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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