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컨테이너 1호선 2만4,000TEU급 ‘HMM알헤시라스호’의 만선 출항을 시작으로 동급 선박 12척 모두 만선을 기록하는 등 32항차 연속 만선이라는 진기록을 남겼다. HMM 제공
“화려한 변신에 성공했다.”
에이치엠엠(HMM)이 사명 변경 1돌을 맞아 낸 자료에서 밝힌 자평이다. 지난 1년간 국제 얼라이언스(디 얼라이언스) 가입과 창사 이래 가장 큰 흑자를 냈다는 점을 변신 성공의 핵심 이유로 들었다.
실제 이 회사는 지난해 1조원에 가까운 영업이익(9808억원)을 냈다. 10년만에 흑자 전환이다. 선복량도 크게 늘어났다. 지난해 3월 43만TEU(1TEU는 6m길이 컨테이너)에 머물렀으나 1년 뒤인 현재 72만TEU을 넘어섰다. 이 회사 관계자는 “내년 선복량은 100만TEU로 늘어날 예정이다. 2017년 한진해운 파산 전 국내 1·2위 선사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선복량 합과 엇비슷하다”고 밝혔다. 한진해운 파산을 계기로 국제선사의 규모가 반쪽으로 쪼그러들었으나 3년만에 한진해운의 공백을 HMM이 메우는 데 성공했다는 뜻이다. 현대상선은 HMM의 사명변경 전 이름이다.
HMM의 성장 스토리에는 해운 경기 회복과 맞아떨어진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연이은 투입 전략이 자리잡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4월 1호선 HMM알헤시라스호 인수를 시작으로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12척을 인수해 잇따라 아시아~유럽 항로에 투입했다. 이날 현재까지 32항차 연속 만선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해운 경기 회복으로 늘어난 물동량을 쓸어담았다는 얘기다. HMM알헤시라스호는 최근 수에즈 운하를 가로막아 유명세를 탄 컨테이너선 에버기븐호(2만2000TEU)보다 크다.
에이치엠엠은 올 3월부터 또다른 초대형 컨텐이너 선박 1만6000TEU급 8척을 인도받기 시작했다. 이 선박은 파나마 운하를 통과할 수 있는 최대규모의 선박으로, 북미와 유럽 등 전 세계 주요 항로에 모두 투입이 가능하다. 근래는 해운산업이 대량운송을 통한 운임 경쟁을 펼치고 있어, 초대형 컨테이너선박을 통한 연료비와 운임 절감이 해운사의 핵심역량이 되고 있다.
올 상반기 1만6000TEU급 초대형 선박 8척을 인도받으면 에이치엠엠은 컨테이너선 77척, 85만TEU의 선대를 운영하게 되어 규모의 경제 효과를 누리게 된다. 액면가 한참 아래 있던 에이치엠엠의 주가도 호실적에 힘입어 지난 1년새 10배 가까이 급등세를 보였다.
하지만 가야 할 항로는 멀다는 분석도 있다. 과거 부실을 털어내기에는 아직까지 역부족이라는 이유에서다. 3조원 규모의 정책자금을 지원받으며 지배 구조가 달라졌다. 에이치엠엠의 최대주주는 지분 12.61%를 보유한 산업은행이고, 그 뒤를 신용보증기금(지분율 7.51%), 해양수산부 산하 해양진흥공사(4.27%)가 잇는다. 산은의 관리회사가 된 상황이라, 종종 ‘매각설’이 나오는 배경이다. 최대 흑자를 일궜지만, 현 재무와 지분구조상 독립경영은 먼 얘기다. 지난해 4월 7200억원 규모의 영구 전환사채를 발행을 통해 가까스로 자본잠식에서 벗어난 상태이지만 7조원대의 부채(2020년 12월 기준)를 안고 있다. 산업은행, 해양진흥공사와 맺은 경쟁력 제고방안 이행약정도 1년 단위로 갱신하고 있다.
운임 변동성과 경쟁 글로벌선사들의 동향에 좌우되는 해운업 특성도 고려해야 한다. 한층 달아오른 경쟁 환경도 HMM이 넘어야 할 과제다. 최근들어 글로벌 선사들도 부쩍 2만4000TEU급 선박의 발주와 투입을 늘리고 있다. 정연승 엔에이치증권 연구원은 “현재는 컨테이너 운임이 오르고 물동량도 좋아 큰 수익을 내고 있지만, 해운업은 기본적으로 사이클에 의존하는 산업”이라며 “현재 발주에 들어간 선박들이 쏟아질 2,3년 뒤 경쟁상황은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구본권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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