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 사모펀드 환매 중단 피해자들이 25일 신한금융 주주총회가 열린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 건물에 들어가려 하자 신한은행 직원들이 저지하고 있다. 이 피해자들은 주총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주식을 샀으나 주총에 참석하지 못했다.
“들여보내달라고요, 주주인데 왜 못 들어가게 해요.”
25일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 앞에 모인 사모펀드 피해자 10여명이 오전9시50분 주주총회에 참석하겠다며 출입문에 들어서자 신한금융 직원들이 이들을 일제히 막아섰다. 신한금융 주주들이기도 한 이들은 주주 자격으로 주총장에 들어가려 했지만 신한금융 쪽은 ‘수도권 방역 수칙에 따라 참석자가 99명 이하로 제한된다’고 설명했다. 피해자들이 “주총장에 있는 신한금융 직원 한두 명만 나와도 우리가 들어갈 수 있지 않냐”, “정말로 99명이 다 모였는지 확인만 하고 내려오겠다”고 주장했지만 신한금융 관계자는 “로비에 들어가는 것 자체만으로 방역지침에 위배된다”며 건물 출입구를 막았다.
신한금융의 이런 설명은 사실과 다르다. 오는 28일까지 적용되는 수도권 거리두기 지침은 친목 등 사적 모임을 5인 미만으로, 설명회 등 행사는 100인 미만으로 참석 인원을 제한하고 있지만 기업 정기 주주총회와 예산·법안 처리 등을 위한 국회 회의 등은 예외로 봐 인원 제한을 적용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215만명 주주를 둔 삼성전자도 지난 17일 주주총회장에 1200석을 배치했고 최종적으로 900여명 주주를 주총장에 수용했다.
기업 정기 주주총회를 인원 제한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 정부 ‘5명부터의 사적모임 금지’ 지침 갈무리.
신한금융은 선착순으로 주주를 입장시키는 만큼 사모펀드 피해자들이 입장하려 했던 시각인 주총 시작 10분 전에 이미 자리가 다 찼다며 15층에 별도로 공간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사모펀드 피해를 호소하는 게 목적이었던 이들은 회장과 은행장이 없는 공간에서 발언하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판단해 20층 본회의장에 입장하기를 원했다.
사모펀드 피해자들이 직원들과 몸싸움을 벌이는 사이 신한금융은 50여분 만에 주주총회를 끝냈다. 신한금융의 라임 펀드 부실 판매에 책임이 있는 진옥동 은행장과 사외이사 6명은 전원 연임했다. 앞서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는 진 행장이 금융감독원의 ‘문책 경고’ 제재를 사전 통보 받은데다 채용비리에 연루돼 1심 유죄 판결을 받은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을 이사회에서 해임하지 못한 점을 들어 진 행장과 사외이사 모두의 연임을 반대할 것을 기관투자자들에게 권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9년 신한은행 프라이빗뱅커(PB)의 권유로 라임크레디트인슈어드(CI)펀드에 가입했다가 6억원을 아직 돌려받지 못했다는 김아무개(50)씨는 “신한금융에 한 푼도 더 쓰고 싶지 않았지만 회장이나 은행장 발언도 들어보고 피해 구제도 요구하고 싶어 지난해 12월 일부러 주식을 샀다”며 “주주총회에 입장도 안 시켜줄 거면 회사가 주식을 왜 팔고 주주총회를 왜 하느냐”고 항의했다.
신한금융과 달리 오는 26일 주총을 여는 우리·하나·케이비(KB)금융지주는 주총장에 입장하는 주주 인원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앉을 수 있는 좌석 수는 100석 이하로 제한하지만 주주 입장 자체는 모두 허용하기로 해, 좌석에 앉지 못한 주주도 원하면 주총장 뒤에 서서 참여할 수 있다고 이들 금융지주 관계자는 설명했다. 권재열 경희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주주가 서면 투표가 아닌 현장 주주총회에 참여한다는 것 자체가 주총 의장에게 질문할 의사가 있다는 뜻이고 회사는 이에 답할 의무가 있다”며 “제대로 된 안내 없이 주총장을 나눈다든지 주주의 입장을 방해하는 행위는 사실상 질문권 행사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혹시라도 주총에 참석한 주주가 질서를 무너뜨리는 행동을 하면 의장은 상법에 따라 퇴장을 시킬 수 있다. 주주의 입장 자체를 제한하는 건 지나친 처사”라고 말했다.
글·사진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