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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25일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에
금융권 온·오프라인 적용 분주
금융권 온·오프라인 적용 분주
[%%IMAGE 금융소비자의 권리를 한층 강화하는 금융소비자보호법이 25일부터 시행되는 가운데 금융회사들이 이에 맞춰 불완전판매를 예방하고 소비자와 책임 소재를 가리기 위한 주요 조치를 마쳤다.
금융소비자보호법은 일부 고난도상품에만 보장되던 금융소비자의 청약 철회 권리를 보험·펀드·대출 등으로 확대하고 판매사의 위법행위에 대해선 계약 해지를 요구할 권리도 금융소비자에게 부여한 법이다. 지난 2011년 발의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다 국외 파생결합상품(DLS·DLF) 부실 판매 논란을 계기로 급물살을 타 지난해 3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법 시행 전 준비기간 동안 은행·증권사·보험사 등은 한층 강화된 소비자 권리를 상품 약관에 반영하고 위법행위를 예방하기 위한 절차 등을 마련했다. 우선 은행 영업점은 일부 금융상품에 한정했던 상담 과정 녹취를 모든 금융상품으로 확대하고 상품 설명도 기존에 상담 직원이 읽어주던 방식에서 인공지능이 자동으로 읽어주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특히 케이비(KB)국민은행은 인공지능이 소비자와 직원의 상담 내역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불완전판매 여부를 파악한 뒤 직원에게 안내하도록 했다. 과거 디엘에스·디엘에프나 라임자산운용 펀드를 판매한 시중은행 상담 직원들이 고객에 상품의 위험성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고 서명만 하라고 하거나 안정형 투자자에게 고위험상품을 권하는 식으로 불완전판매한 사례가 나오자 이를 구조적으로 차단하려는 것이다.
비대면 판매 창구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도 금융소비자가 금융상품을 고르기 전에 투자 성향을 확인하는 절차를 반드시 거치도록 하고 소비자가 자신의 투자 성향에 맞는 상품과 그렇지 않은 상품을 명확히 구분해서 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법 시행 전에는 투자성향과 상관 없이 모든 금융상품을 목록에 올리고 고객의 투자 성향 결과도 오래 전 분석 내용을 그대로 사용해 비대면 영업이 적정성·적합성 원칙 적용의 사각지대라는 비판이 있었다. 또 카카오뱅크는 금융회사가 상품 설명 전에 설명서를 제공해야 한다는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라 기존에 앱 안에서만 보여줬던 상품 설명서를 이제부터 고객 이메일로 직접 보내기로 했다.
윤민섭 한국금융소비자보호재단 연구위원은 “이전에는 금융회사들이 고객에게 충분히 설명하거나 자료를 제공하지 않고서 자기 투자 책임만 강조하는 면이 있었는데 금융소비자보호법 도입 이후론 이런 점이 상당 부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며 “금융회사도 녹취 자료를 통해 스스로 불완전판매 여부를 모니터링할 수 있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금융소비자에 이런 권리가 부여된 선례가 없었던 만큼 법 안착까지는 혼란이 예상된다. 예를 들어 소비자가 금융상품판매업자의 위법 행위를 이유로 계약 해지를 요구할 때 금융회사가 구체적으로 얼마만큼 금전을 되돌려줘야 하는지 명확하지 않아 금융회사와 금융소비자 사이에 이견이 있을 수 있다. 금융위원회는 조만간 이런 사안에 대해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방침이다. 또 법 시행 후 6개월 동안은 중대한 법령 위반이 아닌 이상 제재보다는 계도를 원칙으로 하고, 금융사의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나 자료 기록과 열람 의무 등은 시행일을 최대 6개월 유예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계도기간과 관계 없이 소비자는 자료열람권을 제외한 주요 권리를 모두 행사할 수 있다”며 “금융회사가 관련법을 따르는지 여부도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법학회장을 맡고 있는 안수현 한국외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법 시행 이전엔 소비자 보호가 판매부서의 일이라고 여겨 금융회사가 적극적으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지만 이제는 전사적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인식이 생겼다”며 “금융소비자보호법은 앞으로 금융소비자를 중심에 둔 상품 개발과 판매, 관리가 안착되는 강한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소비자보호법이 25일부터 시행되면 소비자는 구체적으로 어떤 권리를 누릴 수 있을까.
우선 금융소비자가 아무런 사유 없이도 금융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 ‘청약 철회권’이 생긴다. 생명보험과 같은 보장성 상품은 보험증권을 받은 날부터 15일(또는 청약일로부터 30일), 펀드 등 투자성 상품은 계약 서류를 받은 날(또는 계약체결일)로부터 7일, 카드론 등 대출성 상품은 계약서류를 받은 날(또는 계약체결일·금전 지급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청약 철회권을 행사할 수 있다. 금융소비자가 서면이나 전자우편, 휴대전화 문자메세지 등으로 청약 철회 의사를 표시하면 금융회사는 철회 접수 사흘 안에 이미 받은 금전 등을 반환해야 한다. 다만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자(P2P)를 통한 대출 등은 청약 철회권이 적용되지 않아 금융소비자가 금융상품에 가입할 때 먼저 청약 철회가 가능한지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또 자신에게 상품을 판 금융회사가 위법행위를 했다면 이를 알게 된 지 1년 이내에, 판매행위가 있었던 날부터 5년 안에 해지를 요구할 수 있다. 금융회사가 금융소비자의 투자 성향에 맞는 상품을 팔았는지(적정성 원칙) 혹은 금융소비자의 제반 상황에 적합한 상품을 권유했는지(적합성 원칙), 상품을 충분히 설명했는지(설명의무), 부당한 강요나 요구가 있었는지(불공정영업행위금지), 금융상품 내용을 사실과 다르게 알렸는지(부당권유금지) 등을 따져보면 된다. 금융소비자가 직판업자나 자문업자에게 금융상품 명칭과 법 위반사실을 적은 계약해지요구서를 제출하면 금융상품판매업자 등은 10일 이내에 수락 여부를 통지해야 한다.
금융소비자보호법은 또 2천만원 이하 소비자 분쟁 조정에 한해 조정안이 제시되기 전까진 금융회사가 소송을 제기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금융소비자와 분쟁 조정 중인 금융회사가 불리한 결정이 예상될 경우 소송을 통해 조정 절차를 무력화해오던 관행도 없어지게 됐다.
다만 금융소비자가 분쟁과 관련해 금융회사 자료를 열람하거나 사본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는 오는 9월에야 행사할 수 있다. 금융위원회가 금융업계 준비 기간이 필요한 일부 규정에 대해서는 시행 시기를 최대 6개월 유예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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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중은행 애플리케이션이 투자 성향에 따라 상품을 추천하는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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