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사외이사 재선임 안건을 두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와 산하 의결권 행사 기구인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가 내부 마찰을 빚고 있다.
수탁위 일부 위원들이 삼성전자 안건을 수탁위가 다뤄야 한다며 수탁위 상정을 요청한데 대해 기금운용본부 쪽은 “내부 투자위원회에서 논의를 끝낸 사안”이라며 맞서고 있는 형국인 것으로 16일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홍순탁 수탁위 위원이 사퇴하는 소동까지 벌어졌다.
홍 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삼성물산 합병 건에 대한 국민연금의 의사결정 오류에서 나온 중요한 제도 개선이 전문위원회의 안건 회부 요구권”이라며 “삼성물산 합병 사건에서의 교훈을 배우지 못한 국민연금에 대한 항의 표시로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를 사퇴했다”고 밝혔다.
기금운용본부는 오는 17일로 예정된 삼성전자 주주총회에 상정되는 사외이사 후보 3명의 재선임과 감사위원 선임 안건에 찬성 결정을 내리고 15일 공시한 바 있다. 이에 홍순탁 위원을 포함한 수탁위 위원 3명이 곧바로 삼성전자 주총 안건에 대한 의결권 행사를 수탁위 회의에 상정하겠다고 밝히며 맞섰다.
수탁위 안건 상정은 위원 3명 이상 요청 때 가능하다. 국민연금은 기금운용본부가 자체적으로 판단하기 곤란해 수탁위에 요청하거나 수탁위 재적위원 3분의 1(3명) 이상이 수탁위에 회부할 것을 요구하는 안건에 대해선 수탁위에서 의결권 행사 방향을 결정하게 돼 있다.
삼성전자 주총 안건에 대해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아이에스에스(ISS)는 반대를 권고한 상태로 알려져 있다.
홍순탁 위원은 “공시(기금본부의 찬성 결정)에 대한 결재가 났어도 국민연금 수탁자 활동과 관련된 규정에 근거한 권리가 행사되었다면, 그 시점에서 모든 절차는 보류됐어야 한다”며 “그것이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잘못을 저지른) 국민연금이 배워야 할 교훈“이라고 밝혔다.
김영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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