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한 지구촌 각국과 시민사회의 대응은 여전히 미약하다. 수많은 인명과 자연을 앗아간 팬데믹도, 대형 산불도 시민에게 기후위기를 절박하게 느끼도록 하지 못한다. 왜 그럴까?
조효제 성공회대 교수는 <탄소사회의 종말>에서 기후위기를 바라보는 방식의 일대 전환을 강조한다. “과학적 패러다임으로만 접근하는 것을 넘어” 탄소자본주의의 생활양식, 인간의 사회적 배태성, 사회적 불평등, 젠더, 사회심리 등 사회적 차원을 전략적으로 다뤄야지 그나마 기후행동을 불러일으키는 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의 주장 가운데 돋보이는 점은 역시 인권학자답게 기후위기를 지구·생태·빙하·북극곰 문제의 틀로 바라보기보다 인권 시각으로 프레임화하자는 것이다. 그는 특히 기후위기를 “인류의 실존 문제”라면서 “기후위기와 생태 파괴를 자행하는 탄소자본주의, 그것을 옹호하는 거대한 산업적 이해관계와 기업활동, 친탄소 정치권력 등을 반인도적 범죄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제언한다. 기후위기 책임을 범죄적 관점에서 추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주목해볼 기후위기 데이터가 있다. 바로 ‘탄소메이저’(Carbon Majors) 순위다. 흔히 기후위기 책임을 두고서 ‘기후악당국가’가 많이 회자됐다. 이렇게 나라별로 따지는 것도 의미 있지만, 더불어 놓쳐서는 안 될 책임 주체가 다름 아닌 막대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탄소 배출 기업’, 즉 탄소메이저라는 것을 알 필요가 있다. 관련 통계를 보면 1965년 이후부터 지금까지 전세계에서 20개 탄소 배출 기업이 전체 온실가스의 3분의 1 이상을 뿜어냈다. 가히 충격적인 수치다. 이 가운데 12개는 국영기업이고 나머지는 민간기업이다.
기후책무성연구소(CAI)가 1751~2018년 이산화탄소와 메탄가스 등 온실가스 배출량 누적분을 기준으로 2020년 말 집계해 내놓은 대표적 탄소메이저 10개 기업을 보니, 1위는 사우디아람코다. 셰브론, 엑손모빌, 가스프롬, BP, 셸, 이란국립석유, 인도석탄, 페멕스, 코노코필립스가 뒤를 이었다. 기후전문가들은 이들의 탄소 배출 행위를 범죄행위에 가깝다고 본다. 그러나 이들 기업은 점점 더 높아지는 기후행동에 맞서, 막대한 자금력을 동원해 기후변화를 부정하거나 회의하게 하는 ‘반기후’ 로비도 서슴없이 펼친다.
이창곤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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