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성차별철폐공동행동 활동가들이 지난 2018년 4월 하나은행 본사에서 채용 성차별을 규탄하는 모습. 채용성차별철폐공동행동 제공.
최종 임원면접에서 합격권에 있던 여성 두명을 떨어뜨리고 불합격권이던 남성 두명을 합격시켰다. 최종 합격자의 남녀 성비가 4 대 1이 되도록 사전에 계획했다. 남녀 구분 없이 고득점자로만 뽑았다면 합격했을 여성 지원자는 619명이었다. 서울 지역 여성 합격자의 커트라인은 467점으로 남성 합격자 커트라인 419점보다 무려 48점이나 높았다.
2018년 금융감독원 조사로 적발된 하나은행의 2013년 채용 성차별 사례다. 이뿐만이 아니다. 케이비(KB)국민은행은 2015년 상반기 신규 채용에 남성 지원자의 서류점수를 크게 높여 합격권에 있던 여성 지원자 112명을 불합격시켰고 신한은행도 2015년 상반기 채용에 남녀 합격 비율을 미리 3 대 1로 정해 뽑았다. 세 은행은 이런 사실이 알려지고 여론의 지탄을 받자 정규직 신규 합격자의 성비를 공개하고 서류전형을 블라인드로 바꾸는 등 재발방지책을 내놨다.
3년이 흐른 지금, 금융권의 채용 성차별 관행은 얼마나 바뀌었을까. 세 은행이 공개한 최근 3개년 정규직 채용 성비 현황을 보면 하나은행의 여성 비중은 2017년 28.6%, 2018년 40.7%, 2019년 52.1%로, 신한은행은 2017년 36%, 2018년 57%, 2019년 56%로 늘었다. 국민은행은 여성 비중이 2017년 52.2%, 2018년 49%, 2019년 46%로 다소 줄어들었다.
하지만 여성계는 금융권의 채용 성차별이 얼마나 개선됐는지 ‘알 수 없다’고 평가한다. 현재 은행들은 최종 합격자 통계만 공시하기 있기 때문이다. 직군별 통계나 지원자 성비 통계 등은 공개하지 않는다.
최종 합격자는 일명 ‘텔러’라 불리는 직군을 포함하고 있다. 대졸 공채 직원(일반직)과 견줘 연봉과 직급 격차가 크고 전체의 80%가 여성으로 채워지는 직군이다. 정규직 합격자의 여성 비중이 늘었다고 채용 성차별이 발생한 본사 일반직의 여성 비중이 늘었다고 보긴 어렵다는 뜻이다.
또 지원 과정에서의 성비 변화도 확인하기 어렵다. 남녀 지원자 성비가 8 대 2인 기업의 남녀 합격자 성비가 8 대 2인 것과, 남녀 지원자 성비가 2 대 8인데도 실제 합격자 성비가 8 대 2인 것은 성차별 여부가 달라진다. 현재 공개된 정보로는 이런 판단이 어렵다.
구미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성비 공시의 목적은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 이해관계자들이 논의를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인데 지금 공개되는 정보는 필수적 내용이 빠져 있어 그런 논의를 할 수 없다”며 “성별이 드러나는 면접 단계라도 지원자와 합격자 성비를 공개해야 하고, 그러지 못하면 최소한 직군별 성비만이라도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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