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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영상] ‘B777 운항중단’에 후발주자 추월까지…사면초가 보잉

등록 2021-02-24 04:59수정 2021-02-24 09:08

연쇄추락 737맥스 운항재개 됐지만
이번엔 엔진화재 B777 128대 멈춰서
“미 항공우주산업 신뢰도 하락 우려”

매출감소로 추격자 에어버스에 밀려
“넓은 동체 위주의 전략이 약점” 지적
우주선 개발경쟁도 궤도진입 실패

▲엔진 고장을 일으킨 유나이티드 항공의 보잉 777 항공기.

보잉이 737맥스 추락의 수렁에서 이륙하려는 순간 날고 있던 B777 엔진에 불이 붙었다.

지난 20일(현지시각) 미국 콜로라도 덴버에서 보잉 777-200기 엔진화재로 긴급 회항한 이후 보잉사는 22일 전 세계 128대의 777 기종에 대한 운항 중단을 권고했다. 2018년과 2019년 연쇄 추락사고로 346명의 사망자를 낸 737맥스 사고 여파에서 벗어나려던 보잉을 덮친 또 하나의 대형 악재다. 보잉은 지난해 12월 미 항공안전청의 안전성 심사를 통과해 737맥스의 운항을 재개하고, 미국 유나이티드, 아메리칸항공 등에 737맥스 인도를 시작했다. 2019년 3월 미 항공안전청의 운항금지 이후 20개월 만의 운항이다. 지난달엔 미 법무부와 737맥스 결함 은폐에 대해 25억달러(약 2조7500억원)의 벌금 납부도 합의했다.

항공우주산업 신뢰도 하락 우려 전문가들은 B777 운항중단 파장은 737맥스 때와는 사뭇 다르다고 지적한다. 사망사고 없이 무사착륙한 것도, 산업에 끼칠 파장도 다르다. 항공통계업체 시리움 자료를 보면, 전 세계에서 운영 중인 B777기 중 8.3%만 사고를 일으킨 프랫앤드휘트니 엔진(PW4000계열)을 사용하며, 나머지는 롤스로이스와 제너럴 일렉트릭(GE)이 제조한 엔진을 쓴다. 해당 엔진도 1994년부터 시작해 25년 넘게 사용된 점을 들어, 설계 실수보다 제조나 정비 문제로 보고 있다. 미 국립교통안전국(NTSB)은 23일 해당 엔진 검사에서 금속피로의 흔적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사고로 보잉이 입게 될 타격은 적지 않다. 미 매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 “팬데믹 기간에 25년 된 비행기 몇 대를 지상에 묶어두는 게 큰 문제는 아니다”라며 “이미 타격을 입은 미 항공우주 산업에 더 안 좋은 뉴스라는 점”이라고 보도했다. 100년 넘는 미 항공우주산업의 대표기업인 보잉의 충격이 미국 해당 산업의 신뢰도와 직결되는 것을 우려하는 시각이다.

아시아나항공이 미국 덴버에서 비행 중 엔진 고장을 일으켜 파편이 떨어진 보잉 777과 같은 계열의 엔진을 탑재한 항공기 9대에 대해 자발적으로 운항을 중단했다. 대한항공도 자발적 운항 중단 조치를 시행할 예정이다. 사진은 23일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계류장의 아시아나 보잉 777 여객기. 연합뉴스
아시아나항공이 미국 덴버에서 비행 중 엔진 고장을 일으켜 파편이 떨어진 보잉 777과 같은 계열의 엔진을 탑재한 항공기 9대에 대해 자발적으로 운항을 중단했다. 대한항공도 자발적 운항 중단 조치를 시행할 예정이다. 사진은 23일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계류장의 아시아나 보잉 777 여객기. 연합뉴스

보잉은 주력기종 737맥스 추락으로 롤러코스터를 탔다. 보잉은 2018년 창사 이래 최대인 806대의 항공기를 인도하고, 처음으로 1천억달러 매출을 돌파했다. 하지만 2019년 737맥스 사고와 더불어 추락하며 오랜 추격자 에어버스에 밀려나기 시작했다. 에어버스는 2019년부터 항공기 인도에서 보잉을 2배 규모(863대-380대)로 앞서더니 지난해엔 3배 규모(566대-157대)로 격차를 벌렸다. 코로나 여파로 에어버스도 지난해 매출이 감소해 11억유로(약 1조4800억원)의 손실을 냈지만, 보잉과의 격차는 확대됐다. 보잉은 지난해 사상 최악인 119억4천만달러(약 13조3천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넓은 동체 위주의 전략이 약점 문제의 심각성은 보잉이 직면한 위기가 737맥스와 코로나로 인한 산업 전반의 수요 위축 때문이 아니라는 데서 비롯된다. 보잉은 항공산업의 미래로 주목받는 우주선 개발 분야에서도 신생기업들의 위협을 받고 있다. 보잉은 2019년 12월 야심차게 기획한 유인우주선 스타라이너를 발사하며 본격 우주산업 경쟁에 뛰어들었지만 궤도 진입에 실패했다. 일론 머스크의 신생기업 스페이스엑스(X)가 9개월 전에 성공한 국제우주정거장 도킹 임무였다.

<시엔엔(CNN) 비즈니스 리뷰>는 22일 이번 777 사고로 보잉의 장거리 항공기 전략의 근본적 문제가 드러났다고 분석했다. 보잉은 통로 2개짜리 넓은 동체 위주인데, 에어버스는 통로가 1개뿐인 슬림한 기체에 무게를 싣고 있다. 시엔엔은 동체 폭이 넓은 항공기가 국제선에 주로 투입되는데 코로나로 통로 2개짜리 여객기의 수요가 회복되기 어렵다며 넓은 동체 위주의 전략이 737맥스보다 더 장기적이고 심각한 보잉의 약점이라고 지적했다.

보잉과 에어버스의 격차는 지난 2년간 항공기 주문계약 건수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난다. 2019년과 2020년 보잉사의 주문은 각각 87건, 1026건 취소된 반면, 같은 기간 에어버스는 768건, 268건으로 주문이 증가했다. 앞으로 몇 년간 보잉의 고전이 이어질 것이라는 지표다.

구본권 선임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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